[사설]동남권 신공항, 정치권 역할 따로 있다

이번 주 두 개의 `태풍`이 몰려온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동남권 신공항이 그것이다.

23일 브렉시트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는 글로벌 금융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찬성과 반대는 일방적 우세를 장담하기 어렵다. 찬·반 캠페인은 국민을 선동, 영국 국론 분열에 일조(?)하고 있다. 심지어 전도유망한 젊은 국회의원의 피살 사건이 발생, 세계를 경악케 했다.

동남권 신공항도 정쟁거리로 변질되기는 마찬가지다. 가덕도와 밀양을 놓고 부산, 대구 등 5개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지역 정치인과 대표 언론이 전면에 나서서 갈등을 조장, 국민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브렉시트는 글로벌 화두여서 차치할 수 있지만 동남권 신공항은 오로지 우리 문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국민 마음을 한 데 모아도 시원찮은 마당에 국론 분열은 치명타로 작용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동남권 신공항은 국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라면 현장에서 지역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과열되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유치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동남권 신공항은 5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입지 발표는 용역 계약 종료일인 24일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용역 결과를 앞두고 소모성 갈등이 커지다 보니 정치권은 빠지고 경제성만 따지라는 주문이 쇄도한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미 5년 전에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정치권이 되살려 냈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성만 따져 입지를 선정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치권이 되살려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정치 논리로 심사 평가에 관여하고, 밥그릇 싸움을 부추겨선 곤란하다.

신공항 입지 결정은 어떤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 워낙 이견이 첨예한 데다 목숨을 내놓은 듯이 벌이고 있는 일이다 보니 서로 승복할 가능성이 크지도 않다.

정치권은 진흙탕 싸움에 가세하지 말고 결과와 상관없이 지역민이 냉정함과 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정치권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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