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32>창조경제 확산에는 문화창조도시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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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으로 이어진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산업도시가 위험에 처했다. 구미-울산-포항-거제로 이어진 산업벨트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퇴와 감원 등으로 지역 경기는 찬바람으로 스산하다. 수도권에 인접해 정보화 혜택을 가장 크게 받아 온 충남 디지털 벨트도 지속되는 수출 감소세로 위기감에 빠져 있다. 이러한 산업도시는 대규모 일자리를 일거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신산업을 바라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 없이는 기적은 없다.

창조경제가 급해졌다. 한국 제조업을 지탱해 온 산업벨트의 구조 전환을 위해 지역창조화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창조화란 지역의 고유한 강점과 창의력을 이용해 과감한 도전과 발상의 전환으로 지역을 혁신하고, 창조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유사한 경험을 한 선진국 사례를 보자. 요즘 새삼 재조명되고 있는 스웨덴 말뫼시는 지난 2002년 마지막 골리앗 크레인을 1달러에 매각한 후 그 위에 친환경 에코도시를 건설함으로써 젊은이가 모이는 매력의 창조도시로 탈바꿈했다. 말뫼시는 내부 토론으로 크레인 매각 수년 전부터 새로운 도시 건설을 위한 전략 선택을 감행했다.

산업혁명 출발지인 영국의 전통 산업도시도 대부분 문화창조도시로 탈바꿈했다. 문화창조도시란 지역의 역사, 자연환경, 문화예술 등 주로 문화·심미 요소에 기반을 두고 창조화를 이뤄 낸 지역을 말한다. 이들 도시는 정주 환경이 매력 넘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창의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잘 갖추고 있다.

문화창조도시는 거창한 기술이나 대규모 자본 등 인위 요소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특정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 자산을 전략 차원으로 발굴하고 활용한다. 각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살린 참여형 창조경제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

전통 섬유산업이 발달한 영국 허더즈필드시는 인구 13만명의 소도시다. 원래 의복 제작에 필요한 직조 기술과 원단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전통 섬유산업이 쇠퇴하고 일자리 감소와 인재 대도시 유출 등으로 활기를 잃어 가자 지역 주민과 자치단체가 협력, 지역민 창의성을 활용하기 위한 `창조도시 허더즈필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직조 기술 등 지역이 보유한 역량을 고려,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지역창조화를 추진한 결과 지금은 1인 창조기업 메카로 떠올랐다.

인구 55만명의 중소도시 셰필드시는 1970년대 후반에 철강산업 사양화와 영국 경제 침체로 몰락하기 시작했지만 기존의 공업지역을 문화산업지구(CIQ:Cultural Industries Quarter)로 지정하며 음악·영화·갤러리 등 문화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 도시 경제 기반 전환에 성공했다.

한편 미국 텍사스 오스틴시는 매년 봄 열리는 음악밴드 축제(SXSW Festival)에 기반을 두고 영화는 물론 벤처 창업가가 교류하는 장으로 발전시킴으로써 문화·기술 융합형 대표 도시로 발전했다. 문화와 창업이 융합해 창의 인력 간 아이디어 공유가 일어나고, 창업기업 벤처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도 이미 창조화 단계에 들어섰으며, 지역창조화가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북 전주시는 경부권 위주 경제 성장으로 인해 과거의 위상을 잃어 가던 중 지난 2004년 순수 민간단체인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을 발족시켜서 한옥마을, 국제영화제, 전통음식 등 문화 요인에 기반을 두고 창조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경남 통영시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태풍 매미로 인해 지역 중소 조선소가 타격을 받고 경기 침체에 빠지자 도시가 보유한 관광자원, 지역 특색을 갖춘 마을 콘텐츠, 통영음악제 등을 활용해 문화관광도시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강릉시는 인성교육과 강릉단오제 등 지역 문화 콘텐츠를 활용하고 동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민·관 협동형 창조도시 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7년 12월 KTX 개통으로 인한 교통혁명과 구도심 재생 활성화 사업 등을 활용, 세계 수준의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창의성을 국가 차원의 거대 용광로에 담아 내는 개념이 아니다. 이보다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횃불이 자발적으로 창의력을 불태우는 모습에 더 가깝다. 문화창조도시는 바로 이러한 횃불을 촉발시키고 관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창조경제는 전 국민이 거주 지역에서 지역창조화를 위해 적극 참여함으로써 확산될 수 있다. 앞으로 문화창조도시들 간 네트워크를 구축, 지역창조화를 촉진시켜야 할 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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