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 관리가 소홀한 맨홀에 설치된 전선설비를 원격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국내 중소업체 손으로 개발됐다. 테러와 갑작스런 정전에 대비한 수요가 늘고 있어 국내 및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피아테크는 한국전력과 공동으로 지중케이블 운영환경관리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본격 공급에 나선다고 20일 밝혔다. 이피아테크 제품은 땅속 맨홀에 설치된 전기설비를 관리한다.
맨홀을 열고 닫는 개폐 관리는 물론이고 전선 노후화 정도, 과전류 측정, 온도 등을 원격으로 알아낸다. 지난 2011년 개발한 단순 맨홀관리시스템에서 전기설비에 특화해 개선한 제품이다. 사람이 직접 맨홀에 들어가 관리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AS256 방식으로 코드를 암호화해 해킹에도 대비했다. 센서 배터리는 자가 충전방식이다.
이 회사가 가진 핵심 기술력은 통신에 있다. 단단한 이중 삼중 주철로 이뤄진 맨홀에서 통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중삼 이피아테크 대표는 “일반적으로 맨홀은 두꺼운 철로 돼 있어 센서를 설치해도 데이터를 주고받기 어렵다”며 “민간에 과학과 의료, 산업에 허용된 소출력 ISM 주파수 밴드를 활용해 통신이 가능한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캐나다 옵티멈 인스트루먼트와 일본 신페이도 비슷한 시스템을 갖췄다. 하지만 캐나다 제품은 지표면에 안테나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관리비가 많이 들고 일본 제품은 지상에서 별도 전원을 공급해야하는 불편이 있다. 가격도 외산대비 절반 이하다.
한국전력과 공동으로 개발해 12개 특허도 확보했다.
조 대표는 “국립중앙박물관 시설을 무선으로 관리하는 방범경비시스템을 외산에서 국산화한 것이 큰 경험이 됐다”며 “이 기술을 진화시킨 것이 지중화전기설비 관리시스템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관공서·쇼핑센터·대규모 공장 시설 등 주요 시설 맨홀에 설치된 전기 설비가 주요 사용처다.
국내에서도 한국전력이 테러와 전선 노후화에 따른 정전에 대비해 지중화 시스템 설치를 본격화해 시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전은 올해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지중화 시스템을 맨홀에 설치해 이를 관리할 예정이다.
미국과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
조 대표는 “지난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열린 프랑스 전시회에 참여해 프랑스와 불가리아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며 “테러 등에 대비한 안전 점검과 태풍, 홍수 등의 피해 여부를 미리 진단해 전기시설물을 관리할 수 있어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2년여간 자금난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수요가 늘고 있어 이에 적극 대비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그간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자금난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며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