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IT 강국은 아직도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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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보기술(IT) 장관회의가 21~23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다. 회의에서는 지난 2008년 우리나라에서 채택된 `서울 선언문`과 2011년 `인터넷정책결정원칙(IPPSs)`을 토대로 인터넷이 그동안 경제·사회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변화에 대한 전망과 관련 정책 이슈를 논의하는 데 의의가 있다.

필자 개인으로는 두 번째 장관회의여서 감회가 남다르다. 이 회의에서는 인터넷의 개방성(Openness), 융합(Convergence), 사물인터넷(IoT)에 의한 연결성, 디지털 신뢰(Trust) 및 일자리(Jobs)·기능 창출과 같은 다양한 주제가 논의된다.

그동안 인터넷이 만들어 낸 다양한 성과를 보아 왔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앱스토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다운로드받거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바일 정보화가 시작됐다.

많은 사람이 카카오톡·라인·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통하고, 네이버·카카오다음·구글 등 포털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고도화된 초고속 인프라에 네이버TV 캐스트나 구글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와 지상파방송 푹(Pooq), CJ헬로비전 티빙(Tving), 넷플릭스와 같은 인터넷TV(OTT:Over-the-top)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ICBM으로 대표되는 데이터서비스는 인터넷을 넘어 초연결 시대를 향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00년대 말 IPTV 상용화와 통신 인수합병(M&A)을 거치면서 방송·통신 부문 간 결합 판매에 의한 교차 경쟁이 활성화됐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 M&A는 양비론이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방송과 통신을 묶는 시장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JTBC 등 종합편성 채널은 여전히 콘텐츠를 지배하고 있는 지상파에 대한 대항력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CJ E&M 음악과 우리 문화를 묶은 이벤트 K-CON이나 MAMA는 국제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이들의 선방 기저에는 개방성과 혁신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산적된 과제가 많다. IT 생태계의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앱) 사업자에게 적정한 몫이 돌아가면서도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한 투자가 지속되도록 균형감 있는 제도 설계도 중요하다. 인터넷은 국민 생활과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성장했기에 그만큼 사업자는 뚜렷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교차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한 결합 판매와 같은 경쟁 룰을 종합 점검해야 할 것이며, 스마트폰 보급률은 70%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과도한 가계비 지출 부담도 수반되기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연결성이 확장되면서 사생활 노출 관련 범죄가 수치상 증가하는 등 디지털 신뢰를 얻기 위한 효과 높은 해결책 모색이 절실하다.

2008년 국제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혁신 기술로 창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푸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IT는 기술이 있는 자에게 부를 편중시킬 수 있고, 오프라인 산업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기량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IT에 의해 달성된 효율성은 기업과 근로자 간에 공평하게 배분돼야 하며, IT라는 이기(利器)는 인간 권리 증진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개방성이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의 자유를 촉진시켰음에도 규율하고 규제하고자 하는 우리 의지가 여느 국가보다 높은 것도 문제다. 세계가 인터넷을 통해 하나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체성을 중시하는 지역성, 국가 간 주권과 갈등의 해소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정보 인프라는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이는 IT 강대국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한 단계 더 향상된 업그레이드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에지`와 `디테일`이 살아 있는 소프트한 측면을 점검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내찬 한성대 교수 ncl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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