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병역특례 폐지, `인재절벽` 초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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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급속히 떨어지는 것과 함께 생산과 소비가 감소하면서 고용과 성장이 없는 사회구조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생산 가능인구는 370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속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의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더해지며 한층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국방부는 위기감 속에서 석·박사를 대상으로 한 전문연구요원 병역특례 제도의 단계별 감축과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부족이 그 이유다. 일견 수긍이 간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연구개발(R&D) 활동 중심인 기업부설연구소에서는 이 제도의 폐지로 R&D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제품을 직접 제작하지 않고 가상공간에서 제조, 구동 등을 테스트해 최적의 제품 설계와 품질을 구현하는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SW)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 특성상 신제품 개발 등 핵심 역량을 창출하려면 고급 인재 확보가 최우선이다. 우수 인력 확보의 디딤돌이 되는 이 제도의 폐지가 중소기업을 `인재 절벽`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기업연구소 인정업무를 수행하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2015년에 병역지정업체인 중소·벤처기업 연구소 1183곳에서 석·박사 인력 2095명을 신규 채용했다. 같은 해 전문연구요원 편입 현황은 418명으로 나타났다. 즉 중소·벤처기업에서는 이 제도로 석·박사 고급 인력의 약 20%를 확보한 것이다. 특히 고급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에는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매우 큰 도움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의 99%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종사자 수만 1342만명으로, 고용 87.5%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중소기업은 매년 24만명 이상 인력이 부족하다. 중소기업 취업 희망청년은 6%, 재직 기간도 3년 미만이 36.3%에 이른다. 대기업보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이 더해지면서 석·박사급 연구 인력은 대부분 중소기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중소기업의 연구 인력난 해결과 기업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물론 전문연구요원을 포함한 병역특례는 중소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당초 국가산업 육성·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이공계 우수 인력이 과학기술 연구·학문 분야에 복무할 수 있도록 도입된 병역특례 제도는 국가 입장에서도 그동안의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앞으로도 국가 견지에서 국방력 유지와 함께 성장 잠재력 확충,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국가 기술·연구 인력 양성과 우수 기술 인재 확보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인구 절벽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구 절벽과 저성장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사람`이다.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위한 `사람` 확보는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국가산업 발전에도 인재는 꼭 필요하다.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자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을 `인재 절벽`으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병역특례제도 폐지는 산업계 등의 다양한 제반 여건을 고려, 다각도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광원 경원테크 대표이사, suh@kw-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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