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투명경영` 기조가 흔들린다.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사태,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롯데면세점 입점로비 의혹 등 계열사 문제에 이어 그룹까지 비자금 관련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핵심가치로 내세운 경영 투명성과 준법경영이 직격탄을 맞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롯데그룹 임직원이 제2롯데월드 건축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룹 공식 입장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롯데그룹과 계열사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홈쇼핑 6개월 영업정지, 면세접 입점 로비에 이어 비자금 수사까지 겹치면서 크게 동요하고 있다. 그룹 총수까지 수사 대상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져 충격은 한층 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집무실, 신동빈 회장 평창동 자택, 계열사, 일부 임원 자택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경영 투명성과 준법경영을 올해 핵심가치로 제시했다. 하지만 계열사와 그룹에서 잇따라 사건이 발생하며 신 회장의 공언은 신뢰도를 잃고 있는 모양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5년부터 자체 브랜드(PB) 가습제 살균제를 판해하다 중단했다. 원료로 사용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이 폐 손상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한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달 6개월간 하루 6시간 영업정지라는 사상 초유 중징계를 받았다. 재승인 과정에서 비리 임직원을 누락하는 등 사실과 다른 사업계획서를 제출한데 따른 조치다.
검찰은 지난 2일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면세점 입점 로비 차원에서 신 이사장 등 롯데 관계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단서를 잡고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이다.
롯데는 잇따른 악재로 신 회장이 제시한 투명경영, 준법경영 기조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검찰 조사 결과와 여론이 호텔롯데 유가증권시장 상장, 롯데면세점 재승인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윤희석 유통/프랜차이즈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