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 생태계는 암울한 시대를 보냈다. 공공시장을 중심으로 원사업자와 하도급사 간 하도급 대금 미지급, 검수 지연, 과업 추가, 기술 탈취, 감액, 계약 해지 등 어느 하나 누구에게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이런 상황을 해결코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문성을 보유한 기관에 하도급 분쟁조정업무를 위임, 산업별로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했다. SW산업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이하 KOSA)가 SW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1997년 3월부터 운영해 왔다.
좋은 취지로 SW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가 출범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SW산업계에서는 하도급자로서 불만 사항이 있다 하더라도 불만을 표시하는 순간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는 경직된 시장 구조를 하고 있었다. 분쟁조정 신청은 연간 1건 이하 정도였다.
그러던 중에 국내 모든 산업에서 동반 성장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말도 꺼내기 어렵던 관행이 법제도 정비와 민간의 자정 노력에 의해 점차 개선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도급법을 기반으로 한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SW산업은 2012년 8건의 분쟁조정건수가 접수돼 분쟁으로 하도급기업이 하도급 대금을 받게 됐다. 2015년에는 23건 분쟁조정이 처리됐다. 이러한 분쟁조정을 SW 기업이 활용하게 된 이유는 법정소송에 비해 처리시간과 비용(무료)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하도급분쟁 조정 접수 유형을 살펴보면 하도급 대금 미지급, 하도급 대금조정 의무 위반, 부당 감액, 서면 미교부 유형 등 순으로 집계된다.
제안 작업 시 발생한 비용·기술료 분쟁과 사업 기간의 촉박함 등을 이유로 계약 체결 이전에 선투입한 부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도 있다. 발주 기관의 무리한 과업 추가와 변경 등에서 기인한 하도급 대금 조정 분쟁도 여전하다. 발주자와의 대금 지급과 관련된 문제, 검수 지연으로 인한 하도급 대금 지급 지연과 관련된 분쟁 등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러한 분쟁이 하도급 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합리 및 자율 조정된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상호 보완하면서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등 더 나아가 건전한 SW산업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분쟁조정신청 금액이 현저하게 소액화 됐고, 건수는 증가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초기에 기업의 생사가 걸린 사안에 대해 분쟁조정을 신청하던 것과 대조적으로 소액 사업이지만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대해 소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SW산업은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사회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며, 산업에 참여하려는 기업과 종사자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간 분쟁조정뿐만 아니라 불공정 관행 전반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에서도 `민관합동SW모니터링단`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업 혼자 속앓이 하지 말고 제도를 활용, 올바른 산업생태계를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앞으로 SW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가 SW 기업에 많이 알려지고 이를 통해 분쟁을 겪는 SW 기업 문제를 적극 해결해 주길 기대한다.
이재철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SW동반성장기반조성위원장(세기정보통신 대표) skic@seak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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