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빠진 셰일붐...WTI 도입비중 낮은 우리 정유업계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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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붐이 소강상태를 맞으면서 미국 정유업계 원가 경쟁력이 약화됐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정유업계는 시장 확대라는 호기를 맞았다.

셰일혁명이 소강상태에 빠지면서 미국 정유업계는 위기를, 우리 업계는 호기를 맞았다. 저유가로 미국 내 셰일오일 생산량이 줄면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다른 유종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로 인해 미국 정유사 원가는 상승하고 마진폭은 줄었다. 설비 가동률까지 낮추고 있어 우리 정유업계 수출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를 얻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우리 업계가 높은 두바이유 가격에 고전했지만 상황이 정반대로 돌아섰다.

◇경쟁력 사라진 WTI, 美 정유업계 고전

지난 2년간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면서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감했고 이로 인해 최근 WTI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 WTI와 다른 유종간 가격차이가 줄면서 주 수요처인 미국 정유사 실적, 가동률은 지속 하락했다.

WTI는 지난 수년간 두바이유, 브렌트유을 포함한 3대 벤치마크 유종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을 자랑해왔다. 지난 2012년부터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등하면서 공급이 넘쳤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12년 두바이유 평균 거래가는 배럴당 109달러, 브렌트유는 111.7달러다. WTI는 10% 이상 낮은 94.1달러에 거래됐다. 유가가 본격 하락한 2015년에도 WTI는 타 유종 대비 배럴당 7달러 이상 낮은 가격에 팔렸다. 하지만 최근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은 지속 상승했고 경쟁력이 사라졌다. 지난해 6월 미국 석유 생산량은 하루 961만배럴에서 지난달 877만BPD까지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두바이유와 가격이 역전되더니 지난달말 브렌트유보다도 비싸게 거래되기 시작했다. 5년간 가장 싼 유종 지위를 유지하다 이젠 가장 비싼 유종이 됐다. 미국 정유업계는 최근 나이지리아 등지에서 원유를 수입해 WTI를 대체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싼 원유를 찾아 원가를 낮춘기 위함인데 과거 대비 수익성은 크게 하락한 상태다.

◇웃음짓는 韓 정유업계

미국 정유사는 셰일 오일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낮아진 미국 석유를 정제해 휘발유나 경유를 생산했다.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 중동 시장까지 진출했다. WTI는 경질유 함량이 많아 휘발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데도 유리했다. 갈곳을 잃은 중동, 유럽 정유사 생산 제품은 아시아 시장으로 흘러들어왔고 우리 정유업계도 수출 시장 축소에 신음했다. 더욱이 두바이유 가격이 WTI 대비 배럴당 5달러 정도 비쌌다. 중동산 원유 도입비중이 높은 우리 정유업계가 영업이익을 내기는 더욱 어려웠다. 2011년 이후 우리나라 정유4사 영업이익이 줄곧 내리막길을 걸은 이유다.

이제 전세는 역전됐다. 미국 최근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값비싼 WTI대신 저가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WTI 사용량이 줄다 보니 휘발유 생산량 감소했고 해외 수출도 자연스레 줄었다. 올해 미국 원유 순수입량은 증가세로 돌아섰고 석유제품 수출은 둔화된 이유다.

이로 인해 미국 생산 석유제품 공급과잉 현상도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생산물량 45% 가량을 수출하는 우리 정유업계에게 해외 시장 확대라는 호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대표 정유사인 발레로 에너지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6% 감소했다. 마라톤 페트롤리엄은 1분기 정유부문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호성적을 올린 우리 정유업계 실적과 대비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가장 낮은 가격을 자랑한 WTI와 다른 유종 가격이 역전되면서 국내 정유업계 경쟁력이 회복되는 효과가 발생했다”며 “향후 유가가 더욱 상승하면 셰일오일 생산이 다시 늘어날 수 있지만 당분간은 미국에 내준 원유 시장 주도권을 각 지역 정유사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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