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정부가 내놓은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국제기구 전문가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12년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과 기본계획이 도출되기까지의 투명성, 계획의 유연성 측면에서 세계적 트렌드와 기준을 잘 따르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부터 이틀간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해외 선진사례와 경험을 청취했다. 심포지엄에선 각국 공통 관심사인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보다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국제 공조와 기술 협력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은 우리나라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핵심을 이뤘다. 해외 전문가들은 기본계획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내비치며 우리나라 전문가와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정동희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한국의 고준위 방폐물관리 기본 계획`을 소개했으며 크리스토페 세리(Christophe Xerri) IAEA 핵연료주기·폐기물 국장이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을, 마이클 시먼(Michael Siemann) OECD/NEA 방사선방호 국장이 `사용핵연료 관리 신뢰 제고의 중요성`을 발표했다.
정 국장은 부지선정과 중간저장시설 건설 등 내용을 담은 기본계획을 설명하고 하반기 관련법 발의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 일정에 들어갈 계획을 밝혔다. 세리 IAEA 국장과 시먼 NEA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있어 계획의 현실성과 투명성, 연구개발과 사회적 변화에 따른 정책 유연성을 강조했다.
어려운 주제를 다룬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학생 참가자도 많아 눈길을 끌었다. 서울지역 3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미래세대 타운홀미팅`과 사용후핵연료를 만화와 사진으로 쉽게 표현한 아트 페스티벌 `웨이즈 오브 시잉(WAYS OF SEEING)` 등도 함께 열렸다.
9일에는 세계 처음으로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착수한 핀란드 포시바(POSIVA) 관계자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방폐장 부지 선정과 인허가 과정 경험담을 들려준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대한민국 최초로 고준위방폐물 중장기 안전로드맵이 제시된 만큼 앞으로 착실하게 추진하겠다”며 “국내외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안전확보를 위한 기술개발노력을 계속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용후핵연료 관리기본 계획에 대한 국제 전문가 평가는 일단 합격점이었다. 무엇보다 최종 처분장 설치까지 과정과 기간이 명확히 명시돼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리 IAEA 국장은 `최고의 계획`이라고 호평했다. 공론화위원회 과정 등을 거치면서 최종 기본계획이 나오기까지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부지선정 기간을 12년으로 설정한 것도 적당하다는 평가다. 부지선정을 위해 기술적인 문제 해결과 공공의 신뢰성을 확보해가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라고 봤다.
세리 국장은 “한국은 이미 중저준위 처분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고준위도 성공적으로 할 것”이라며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기본계획이 다른 IAEA 회원국에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먼 NEA 국장은 계획 유연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한국이 원자력·방사선 관련 국제회의에 많이 참여해 온 만큼 그 경험을 살려 국제 기준에 걸맞는 계획을 세웠다고 봤다. 무엇보다 계획을 수정하고 유사시 대안은 마련한 것에 대해 점수를 높게 줬다.
기술과 정책을 연구개발하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기술과 환경 변화에 따라 과정이 달라져야 하는 순간이 있을 때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부 기본계획은 최종처분장 건설과 함께 국제공동 처분 방안 검토, 정기적인 계획 재검토 동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먼 국장은 지질학적 측면에서 처분장 암석을 미리 결정할 경우,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한국 계획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