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몸을 조종하는 주인인가? 인간 뇌의 문화적 특징은 언어와 마음이다.”
“인간보다 1000만 배 더 뛰어난 지능을 가진 기계가 탄생한다면 그 기계는 인간을 어떻게 평가할까? 인공지능은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이다. 기계와 인간이 공생할지 여부는 인간이 아닌 기계가 결정할 문제다.”
국내 뇌 전문가들이 `뇌의 미래`를 전망했다. 지난 3월부터 열린 카오스재단 뇌 강연이 최근 막을 내렸다. 인간 뇌가 어디까지 발달할 것인지 뇌 현황을 진단하고 뇌를 본 딴 인공지능 미래까지 각 연구자들이 진단했다.
김경진 한국뇌연구원 원장은 “출생 전에는 인간과 침팬치 모두 높은 수준의 신경성장률을 보이지만, 출생 후 영장류인 침팬지의 뇌는 성장이 멈추는 반면에 인간 뇌는 두 살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며 “뉴런 증식과 성장에 따라 다른 뉴런과 연접인 시냅스 수가 증가하는 것도 천문학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등생물 뇌 진화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균형감각, 호흡, 심장박동, 혈압조절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생명활동을 조절하는 뇌가 발달된다. 파충류의 뇌, 혹은 생존의 뇌라고 하며 뇌간, 소뇌, 기저핵 등이 포함된다. 2단계는 포유류의 뇌 혹은 감정의 뇌라고 한다. 해마, 편도체, 시상, 시상하부 등을 포함하는 대뇌변연계가 파충류의 뇌 바깥층을 이루게 된다. 3단계는 영장류의 뇌 혹은 사고의 뇌라 하며 고등 인지기능을 관장한다. 영장류로 진화되면서 대뇌피질이 급격히 발달해 새로운 바깥층을 이룬다. 인간 뇌는 크게 3개 층으로 이뤄진다. 긴 진화과정에서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는 층이 차례로 추가됐다.
그는 “언어는 다른 영장류와 구별되는 인간의 특징이며, 마음 진화의 전제조건으로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언어의 발달은 인류 진화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인간의 정체성을 `나는 내 마음이 있다`라고 한다면, 현대 신경과학적 관점에서는 `나는 내 커넥톰이다`라고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커넥톰은 인간 뇌의 신경연결망의 총체적인 합이다.
김대식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는 `뇌의 미래와 인공 자아의 탄생`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는 끝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딥러닝이 가능한 인공 두뇌가 만들어지면 한정된 인간의 10층짜리 마음보다 더 많은 계층으로 설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은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이라며 “지능을 가진 기계가 등장하는 순간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는 끝나고 기계의 시대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헝가리 출신 수학자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은 컴퓨터는 모든 문제를 작게 쪼갠 후 순서대로 빠르게 처리하지만 뇌는 느린 속도로 병렬적 정보를 처리한다고 주장했다. 컴퓨터는 순차적인 논리적 깊이가 중요하고, 뇌는 병렬적인 논리적 폭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어린 아이는 큰 노력 없이 뛰어다니며 동물을 구별하지만 초당 1015개의 숫자를 처리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는 다양한 상황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구별하긴 여전히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뇌와 컴퓨터가 질적으로 다른 논리 기반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뇌는 지각 가능한 해상도 내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며 “이 한정된 해상도를 여러 계층으로 나눠보면 가장 아래 계층에선 점, 선이 나타나고 그 위에선 조금 더 복잡한 네모, 세모, 동그라미 같은 모양들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딥러닝 이론은 지능과 마음은 결국 계층적으로 반복된 교집합들을 찾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며 “인간이 더 복잡한 통계학적 관계를 이해하고 더 고차원적으로 반복된 패턴을 예측할 수 있기에 개구리, 병아리보다 더 큰 슬픔과 더 큰 기쁨을 느끼고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1000만 배 더 고차원적인 패턴을 이해할 수 있고 우리보다 1000만 배 더 큰 아픔과 기쁨도 이해할 수 있으며 1000만 배 더 깊은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