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연료인 경유값(유류세) 인상이 없던 일로 끝났다. 다만,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가 한층 강화되고 경유차 도심 진입도 일부 제한된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는 퇴출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 감소 방안은 없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는 등 실효성이 큰 대책이 빠져 `말뿐인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갖고 `미세먼지 관리 특별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미세먼지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환경난제임을 인식하고,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을 위해 범부처가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4년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입방미터(㎥)당 20마이크로그램(㎍)으로 줄이겠다는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 기본계획`을 3년 앞당겨 2021년에 조기 달성키로 했다. 아울러 2026년까지 유럽 주요도시 현재 수준인 18㎍/㎥으로 미세먼지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정부는 미세먼지 발생원으로 국외 영향이 30~50%(고농도시는 60%~80%)이고, 나머지 국내 배출 중 수도권은 경유차(29%)가, 전국적으로는 공장 등 사업장(41%)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가 주변국 영향(봄철황사, 미세먼지 유입)과 여름철 강우집중 등으로 미세먼지 관리에 불리한 여건에 있어, 단기간 내에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송, 발전·산업, 생활주변 등 주요 배출원 집중 감축을 추진한다.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경유차·건설기계 관리 강화와 함께,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고 대기오염이 극심한 경우 부제 실시 등 자동차 운행 제한을 추진한다.
경유차 질소산화물(NOx) 인증기준을 종전 실험실 인증과 함께 온도, 급가속 등을 고려한 실도로 기준으로 강화하고 보증기간 경과차량 배기가스 기준을 매연 15%에서 10% 이내로 낮췄다.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사업을 확대해 2005년 이전 차량 조기폐차를 2019년까지 완료한다. 모든 노선 경유버스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단계적으로 대체한다. 환경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 관련업계 입장, 국제수준 등을 고려하여 현행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도 검토한다.
대기오염 심각도에 따라 평상시에는 노후 경유차 수도권 운행제한(LEZ), 극심한 고농도가 연속될 경우에는 차량부제 등 비상저감조치 시행을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해 추진한다. 서민 생계형 소형경유차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발전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폐지·대체·연료전환 등 친환경적으로 처리한다. 미착공 발전소 4기와 건설공정율 10%미만 발전소 5기 등 신규 석탄발전소 9기에는 영흥화력 수준의 배출기준을 적용한다. 수도권 사업장은 대기오염총량제 대상 사업장 1·2종에서 3종까지 추가하고 배출총량 할당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생활주변 미세먼지 관리를 위해 도로먼지 청소차를 2020년까지 476대 보급하고, 건설공사장 자발적협약 체결과 방진막, 물뿌리기, 세륜 등 현장 관리점검도 강화한다.
정부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함께 줄이는 제로에너지건물과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신산업 육성도 추진한다.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와 대기정책대화를 통해 대기오염방지, 대기질 모니터링 협력을 강화하고, 한·중 비상채널을 구축해 대기오염 악화시 긴밀히 협력키로 했다.
미세먼지 예·경보체계 혁신과 대응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를 제고하기 위해 초미세먼지(PM2.5) 측정망을 미세먼지(PM1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예보모델 다양화와 고도화를 추진한다. 또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한국형 예보모델도 개발한다. 정부는 향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 대책 이행추진TF`를 구성·운영해 특별대책 이행을 독려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미세먼지 대책을 통해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를 향후 10년 내 현재의 유럽 주요도시 수준까지 체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며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정부의 노력과 함께 기업과 국민들의 참여도 중요하므로,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감축이라는 목표로만 보면 이번 종합대책은 사실상 `차·포` 뗀 미봉책이라는 평가다. 미세먼지 발생에 가장 큰 기여도를 가진 중국발 먼지 대책은 아예 포함되지 않은데다, 그 다음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 퇴출 역시 미온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유값 인상 추진이 무산되면서 경유차에 대한 규제도 반쪽짜리 대책이 됐다. 그렇지만 환경과 함께 국가 경제적 차원의 충격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책이 `신중론을 취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는 외교적 차원으로 풀어야할 부분이더라도, 기존 7차전력수급계획에서 언급했던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계획을 그대로 다시 발표한 정부의 입장은 지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차전력수급계획 발표 당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포함해 총 6.7GW 규모 발전소를 폐기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번 미세먼지대책에는 당초 계획을 그대로 재탕했으며, 건설 진행중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미세먼지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수준의 계획을 발표했다. 게다가 건설 예정인 발전소 10여기에 대해서는 LNG 연료전환 같은 명확한 입장을 생략했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건설중인 화력발전소는 최신 기술을 적용해 미세먼지 배출을 최소화 하고,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발전소 9기에 대해서는 최고의 배출 허용기준을 적용해 미세먼지 발생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미세먼지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석탄화력발전 퇴출이 자칫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결돼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깨끗한 공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사회적비용에 대한 합의가 전기요금까지 적절히 반영될 수 있는 순차적인 진행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따라서 산업통상자원부가 향후 발표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에나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에 대한 대책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경유차 대책에서 환경부가 강력히 주장해온 경유가격 인상과 기획재정부가 검토했던 경유 환경개선부담금 부과가 제외된 것 역시 이와 비슷한 입장으로 해석된다. 미세먼지 문제 만큼이나 국민 반발이 거센 경유값 인상은 뒤로 미루고, 당장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큰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와 시내 진입 제한 등을 먼저 선택했다. 다만 정부가 환경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 관련업계 입장, 국제수준 등을 고려해 현행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경유값 인상 추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정부가 과거 온실가스 감축에 무게를 둬 클린디젤차를 환경친화적자동차 범주에 포함시켰던 것은 중대한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며 “폭스바겐 사태 등으로 클린디젤의 낮은 환경성이 입증된 만큼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경유차 저공해화 추진계획(단위 : 1000대)>
자료:국무총리실
< 주요 연료별 국내 자동차 신규등록 비중(단위: %)>
자료:국무총리실
자료:국무총리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