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이 있다. 젊은 나이에 겪은 고난과 시련들이 언젠가 본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던지기 어려운 말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아프면 환자다’로 바뀐지 오래다.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은 누구보다 어린 나이에 고생을 하고 있다. Mnet ‘프로듀스 101’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데뷔 준비에 돌입했고 데뷔 후에는 음악방송 및 예능프로그램 출연, 각종 행사 참여, CF 촬영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31일 아이오아이를 위탁 관리하는 YMC엔터테인먼트(이하 YMC)는 “4일 열리는 드림콘서트 무대를 마지막으로 첫 번째 앨범 활동을 종료한다”고 전했다.
연초부터 숨 가쁘게 활동했던 멤버들에게 재충전할 수 있는 휴식기가 생기나 했지만 아이오아이는 끝이 정해져있는 시한부 그룹이다. 단체 활동이 없는 시기에도 멤버들은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YMC에 따르면 아이오아이는 첫 번째 앨범 활동을 마치고도 쉴 틈 없이 유닛 앨범 준비 및 개별 활동에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원소속사로 돌아가 또 다른 팀으로 활동하게 되는 멤버들도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오아이를 업신여기는 게 아니냐는 팬들의 비난까지 받기도 한다.
가장 도마 위에 올랐던 멤버는 정채연이었다. 지난달 10일 MBK엔터테인먼트(이하 MBK)는 ‘프로듀스 101’ 참여를 위해 걸그룹 다이아를 탈퇴했던 정채연이 다시 팀에 합류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다음날에는 아이오아이 멤버들이 출연할 예정이었던 라디오 스케줄을 불참하고 다이아의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제주도로 떠났었다.
이에 팬들은 MBK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아이오아이 팬 연합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채연의 다이아 합류 발표는 투표에 참여한 많은 국민들의 결정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MBK의 결정을 지탄하기도 했다.
정채연은 당초 4일 열리는 드림콘서트에서도 아이오아이와 다이아 두 팀의 멤버로서 같은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지난 1일 오전 MBK가 다이아를 드림콘서트에 불참시키기로 결정하며, 난감한 상황은 피하게 됐다.
지난달 31일에는 임나영과 주결경이 25일 열리는 플레디스 걸즈(PLEDIS GIRLZ) 공연에 합류한다는 소식도 전해져 논란이 됐다.
이에 소속사 플레디스는 “4일, 11일, 18일, 25일에 공연이 열리는데 임나영과 주결경은 마지막 날 공연에만 합류하며 스페셜 무대에만 오를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초에는 6월 중 데뷔 예정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신인 걸그룹에 김세정과 강미나가 멤버로 포함돼있다는 보도가 나와 팬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당시 소속사가 이를 부인하며 해당 논란은 금방 일단락됐지만 아이오아이 활동 기간 동안 멤버들의 이중 활동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YMC와 각 멤버들의 소속사는 아이오아이의 비활동 기간에 융통성 있게 개별 활동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위탁 관리자 입장인 YMC가 멤버들의 이중 활동을 막을 권한이 없는 셈이다.
소속사와 팬들의 신경전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인물은 다름 아닌 아이오아이다. 팬들이 만류한다고 해도 멤버들은 소속사의 방침을 따라야 하는 실정이다.
아이오아이 멤버들의 평균나이는 19세다. 11명 가운데 7명이 아직 10대로, 젊다 못해 아직 어린 나이다. 부지런한 활동도 좋지만 충분한 휴식도 함께 동반돼야 하는 시기다.
강한 체력을 지닌 프로 스포츠 선수들도 휴식기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없다. 적절한 페이스 조절과 휴식이 뒤따라야 한 시즌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오아이는 1년 동안 많은 활동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속사들이 그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 쫓을수록 멤버들은 금방 지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이오아이 멤버들은 Mnet 리얼리티 프로그램 ‘스탠바이 IOI’에서 과도한 스케줄로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었다. 특히 최유정은 어린 나이에도 스트레스 때문에 지방간이 생겼다고 털어놔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준 바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옛말도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소속사가 인내를 갖고 멤버들의 컨디션을 관리해줘야 한다. 아이오아이에게 꽃길은 만들어주지 못하더라도 가시밭길을 못 걷게 하는 게 멤버들의 소속사가 해야 할 도리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