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자수성가형 부자 여성 1위에 올랐던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가 몰락하고 있다.
포브스는 바이오기술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창립한 엘리자베스 홈스 CEO의 재산 추정액을 45억달러(5조4000억원)에서 0달러로 수정한다고 1일(현지시각) 밝혔다.
포브스는 이날 `미국의 자수성가형 여성 60인`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1위에 올랐던 홈스의 재산을 이같이 조정하고 순위에서 제외했다.
비상장 기업인 테라노스의 기업가치 추정액을 90억달러에서 8억달러로 하향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홈스는 테라노스 지분 50%를 갖고 있으나, 회사가 청산될 경우 단 한 푼도 건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투자자는 잔여 재산 분배에서 우선권을 갖는 우선주를 갖고 있으나 홈스는 보통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홈스는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에 다니던 2003년에 학교를 그만두고 19세의 나이로 테라노스를 차렸다.
피 몇 방울만으로 수십 가지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해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테라노스는 지금까지 7억24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으며, 2014년 투자 라운드 당시 기업가치는 90억달러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홈스의 자산은 45억달러로 평가돼, 지난해 포브스가 처음으로 발표한 자수성가형 여성 부자 리스트에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작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이 이 기술의 유효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후 홈스는 사기 등 혐의로 검찰 수사와 보건·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에 있는 테라노스의 연구 시설도 폐쇄될 위기에 몰려 이 회사가 정상 영업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자수성가형 여성 부자 리스트에서는 ABC서플라이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다이엔 헨드릭스가 49억달러로 1위에 올랐다.
미국 방송계의 거물 오프라 윈프리는 31억달러로 2위에 올랐고, 도리스 피셔(갭)와 주디 포크너(에픽시스템)가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집중 조명됐던 한국계 최고경영자인 SHI의 타이 리(12억달러)는 14위에서 15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고, 남편과 함께 의류유통업체 포에버 21을 창업한 장진숙 씨(19억 달러)는 4위에서 9위로 낮아졌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