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모범규준안이 상위법과 충돌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기업들이 삭제를 요청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이 현행 상법에 근거하지 않거나 현행 상법과 충돌되는 내용이 27건 이상 포함됐다며 상장회사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해당 규정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경련은 31일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에 대한 의견`에서 △다양한 인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임된 이사의 임기는 존중돼야 한다 △이사회는 공정하게 평가돼야하고 평가결과는 공시돼야한다 △지배주주가 다른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이사회는 경영승계에 관한 정책을 공시해야한다 △이사회 내 위원회는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해야한다.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는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의 규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이 규정이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으로 확정되면 법을 잘 지키는 상장회사도 지배구조가 바람직하지 않은 기업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현행법에 맞게 수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바람직하다`는 표현은 중립적으로 바꿔 상장회사가 경영 환경과 사정에 맞게 지배구조를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받는 우리 기업이 취약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컨대 롯데 경영권 분쟁이나 현대차 한전부지 고가 매입 논란 문제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2014 마켓랭킹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회사 77.8% 지배구조가 B 등급 이하로 평가돼 홍콩, 싱가포르, 일본은 물론이고 인도(7위)보다 낮은 8위를 기록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측은 법이 아닌 연성규범 형태의 기업지배규준이 회사 규모, 조직 사업 등에 따라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글로벌 기준`이라고 주장하며, 기업들은 상위법에도 없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규제라고 맞서고 있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모든 기업에 적합한 단일 지배구조는 없다는 전제 하에 기업이 스스로 지배구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영국이나 일본의 `지배구조코드`와 같이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