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미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 전기차 `모델S` `모델X`, 닛산 `리프(Leaf)`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들 전기차는 전부 일본산 배터리를 쓴다.
모델X는 최근 안전성 문제로 리콜 조치를 받았고 모델S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차기 버전을 출시한다는 소식에 수요가 줄었다. 리프도 고가 새 버전이 출시되면서 판매가 부진했다. 반대로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여러 전기차 모델이 약진했다. 한·일 간 배터리 점유율 격차도 많이 좁혀졌다.
30일 북미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 이브이스(EVs)가 집계한 북미 전기차(BEV·PHEV) 판매량(일부 추정)을 근거로 배터리 시장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한국산 배터리 판매량은 9만3479.4㎾h, 일본산은 17만5530㎾h를 기록했다. 지난 3월과 비교하면 한국산 점유율은 13.6%(7만3161㎾h)에서 35%로 늘었고, 일본은 86.4%(46만5122㎾h)에서 65%로 떨어졌다.
일본 배터리 점유율 하락은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해온 테슬라 전기차 판매가 꺾인 게 직접 작용했다. 테슬라는 모델S 새 버전이 이르면 상반기 출시된다는 소식에 당장 구매를 미루는 고객이 늘어났다. 모델X는 최근 안전문제로 리콜을 실시했다. 뒷자석 고정용 경첩에 결함이 있어 충돌 시 좌석이 전방으로 떨어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테슬라의 고질적 단점으로 지적돼 왔던 생산·물류체계에 따른 차량 인도가 늦어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량 1위인 닛산 리프 역시 지난 3월 1246대에서 지난달 787대 판매에 그쳤다. 신형 리프는 배터리 용량이 24㎾k에서 30㎾h 늘면서 가격 또한 5000달러가량 비싸졌다.
한국산 배터리를 단 전기차 판매는 크게 늘었다. LG화학 배터리를 쓰는 GM `볼트(Volt)`는 3월 1865대에 이어 지난달 1983대가 팔려 월 판매 1위에 올라섰다. 삼성SDI 배터리를 단 BMW `i3`도 3월 달 332대에서 지난달 갑절 이상 늘어난 814대가 팔렸다. 판매순위도 8위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일본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업체가 당장의 시장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따라 한·일 배터리 경쟁 흐름은 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롱런 전기차 모델의 신규버전이 나오면서 일시적 구매보류 현상일수도 있다”며 “기본 주행 성능도 중요하지만 안전이나 물류 등 고객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한 구매 포인트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북미지역 전기차·배터리 월별 판매 현황 (단위:대·㎿h / 자료:인사이드EVs·전자신문)>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