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파라자일렌(PX) 설비 투자에 이어 또 한 번 초대형 투자로 경쟁력 제고와 불황 탈출을 노린다.
잔사유를 휘발유, 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설비를 갖추는 데 4조8000억원을 쏟아 붓는다. 프로필렌 시세가 바닥인 지금 투자해 준공 때 시황 회복에 따른 수혜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PX 투자 때처럼 또 한 번 투자 성공공식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에쓰오일은 하루 7만6000배럴 잔사유를 프로필렌, 휘발유로 전환하는 RUC(Residue Upgrading Complex) 설비와 연간 40만5000톤 폴리프로필렌(PP)과 연산 30만톤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하는 ODC(Olefin Downstream Complex) 생산 설비 건설에 돌입했다.
2018년 4월 완공 목표로 총 4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잔사유는 경질유, 가스 등 돈이 되는 석유제품을 다 뽑고 남은 잔유물이다. 황 함유량이 많은 중유로 가격이 싸다. 다시 석유화학제품을 뽑아내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PP는 산업용 플라스틱으로 쓰임새가 많고 PO는 자동차 내장재, 전자제품 소재, 단열재 등으로 두루 쓰이는 제품이다.
주목할 것은 투자 시점이다. 에쓰오일은 프로필렌 시황이 바닥인 지금을 노려 투자에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시스켐에 따르면 프로필렌 가격은 2013년 톤당 평균 1339달러에서 지난해 787달러로 주저앉았다. 올해 초 5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2분기 들어 700달러 초반대까지 겨우 반등했다. 증설이 줄을 잇고 있어 당분간 공급량이 수요를 웃돌며 가격 상승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이 때를 오히려 투자 적기로 봤다. 불황 때 투자해 시황 회복 시 선제 수혜를 누리는 전략이다. 석유화학 시황 사이클 회복 시점이 준공 시기와 맞물린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8년 PX 투자와 닮았다. 에쓰오일은 당시 화학사업 덩치를 키우고자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석유화학시장 흐름을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PX는 합성섬유 폴리에스테르 원료로 특히 경기에 민감한 제품이다.
회사는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해 2011년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인 연산 180만톤 규모 PX 생산 시설을 준공했다. 경기침체 해소로 PX 업황은 곧바로 정점을 찍었다. 가격은 2010년 7월 톤당 847달러로 저점을 형성한 후 꾸준히 상승해 2011년 3월 사상 최고 수준인 톤당 1698달러를 기록한 뒤 3년여 동안 1400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에쓰오일은 선제투자로 대박을 터트렸다.
금융권에서는 에쓰오일 잔사유 프로젝트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에쓰오일은 올해 설비 투자로 현재 10~12% 수준인 잔사유 판매 비중이 5%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대 내부수익률(IRR)은 18.3%로 투자비를 6년 안에 회수하겠다는 목표다. 연간 EBITDA(세금, 감가상각비용차감전 순이익)로 8000억원을 올려야 가능한 수치다.
과거 15년간 휘발유와 중유는 배럴당 18달러 이상 가격 차이가 났다. 이를 에쓰오일 잔사유 처리 시설 용량인 7만6000배럴에 대입하면 연간 6000억원 수익 개선 효과가 나온다. 중유와 프로필렌 가격차, 즉 마진은 더욱 큰 것을 감안하면 수익은 더욱 높아진다. 신규 투자로 생산하는 프로필렌 등 올레핀계열 제품은 PX 등 기존 주력생산제품 가격과 상관관계가 낮아 포트폴리오 안정성도 한층 높아진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휘발유와 중유 가격차이인 배럴당 18달러보다 PO와 중유 가격 차이가 훨씬 크기 때문에 현재 기준 연간 1조원 이상 수익 개선도 가능하다”며 “프로필렌 시세를 예측하기 힘들다 해도 잔사유를 활용한 휘발유 제조 이익은 지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