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가전협회(CEA)가 지난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TV를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바로 `화질`로 나타났다.
영화처럼 실감나는 방송을 안방에서 즐기려는 소비자 욕구에 부응, 세계 시장에서는 차세대 TV를 이끌 초고화질(UHD) 방송 서비스의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매체별로 UHD 방송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실험 방송을 추진하고 있다. UHD 방송은 현재 고화질(HD) 방송 해상도에 비해 4~16배 선명한 영상을 제공한다. 내년 2월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지상파 TV를 통해 방송한다. 이로써 일반 가정에서도 UHD 시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UHD는 3D와 다른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시야 이상의 화면으로 극도의 사실감과 몰입감을 제공한다. 스마트미디어와 결합해 기존의 방송과 차별화한 양방향성 서비스도 가능하다.
첨단 기술을 전파하는 국가라는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방송기술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초고선명 화면에 맞는 영상 콘텐츠, 색조, 패션 등 산업 발전으로 이어져서 국가 경쟁력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달 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방송장비 전시회인 `국제방송장비전시회(NAB)`에서 차세대 방송기술을 시연하며 향후 새로운 방송 시장을 견인할 계기를 마련했다.
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 기술은 방송 콘텐츠를 전송하는 계층분할다중화(LDM), 영상 데이터를 압축하는 고효율비디오코덱(HEVC)으로 나눌 수 있다.
이번 NAB에서 연구진은 2개 이상 방송신호를 서로 다른 계층으로 나누어 동시에 전송하는 LDM 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지상파방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국제표준(ATSC) 3.0 LTDM(계층시간분할다중화) 방송시스템 기술을 선보이며 큰 관심을 끌었다. 이 기술은 이동 중에 HD 방송과 UHD 방송을 선택해 볼 수 있다. 게다가 라디오 방송도 들을 수 있다.
특히 연구진이 개발한 ATSC 3.0 LDM 기술은 지난해 NAB 전시회에서 기술 우수성을 인정받아 기술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김휘용 박사는 최근 열린 발명의 날 영상 데이터를 압축하는 고효율비디오코덱(HEVC) 기술 개발로 특허 500여건을 출원, 발명왕에 올랐다.
HEVC 기술이 ATSC 3.0 표준으로 확정되면 ETRI는 핵심 표준 특허 확보를 통해 수백억원 이상의 기술료 창출과 초기의 ATSC 3.0 글로벌 방송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결정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황금알을 낳는 UHD가 되는 것이다.
또 연구진은 하이브리드 방송 시스템, 융합형 3DTV 서비스 기술, 객체 기반의 미디어 처리 등 서비스 기술도 함께 선보였다.
이와 같이 UHD 방송 보편화에 대비해 부가 활용을 할 수 있는 서비스 기술을 미리 전 세계에 소개함으로써 일반 관람객뿐만 아니라 장비 제조사 및 방송사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당히 기술 선도자(퍼스트 무버)로서의 인식을 각인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방송 산업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스마트폰이나 가전기기와 달리 세계 시장의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세계 최초의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이라는 계기를 발판으로 하여 이제는 최신 방송통신 미디어 기술 및 서비스를 먼저 제시하고 기술 신뢰성을 확보, 국내 방송장비 기업이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국내외 UHD 방송 시장이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토양 마련은 물론 방송 관련 원천기술 확보의 적기 실현과 국내 기업이 UHD 생태계를 통해 글로벌 방송 기술 선도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안치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방송미디어연구소장 ahnc@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