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영국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아가씨’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여성의 동성애’를 소재로 삼아 일찍부터 화제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동성애’는 한국 사회에서 터부(taboo) 중 하나다.
박 감독은 이미 ‘올드보이’와 ‘박쥐’를 통해 각각 근친상간과 카톨릭 성직자의 성적 욕망이라는 사회적 금기를 다룬 바 있다. 작품이 나왔을 당시에도 사회적 파장은 컸다. 갑론을박이 오갔다. 그의 작품세계와 예술성에 돌을 던지는 이도 적지 않았다. ‘박쥐’의 경우 카톨릭 계의 거센 반발도 있었다.
‘올드보이’는 근친상간으로 쌓인 원수를 근친상간으로 갚는 영화다. 두 쌍의 근친상간 커플이 등장하는 데 한 쪽은 부녀사이이며 또 한 쪽은 남매사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한상영가에 해당되는 등급을 받아 전용관에서만 상영됐지만, 한국에서는 ‘올드보이’에 대한 관대한 시선으로 타 영화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박쥐’의 경우에도 성기가 그대로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카톨릭 신부가 친구의 아내를 탐하고, 나병환자를 강간하는 등 파격에 파격을 더한 내용들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나,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이해시키는데 성공했다.
‘올드보이’와 ‘박쥐’는 지난 2004년과 2009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사회적 금기보다는 예술적인 부분을 높이 평가한 칸영화제의 선택이었다. 또 국내에서의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올드보이’는 326만 여명, ‘박쥐’는 220만 여명의 관객을 각각 모았다.
박 감독의 신작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 분)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분),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 분)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 분)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은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국내보다 앞서 칸에서 공개됐다. 현지에서는 극찬과 호평이 동시에 쏟아졌다. 김민희, 김태리가 전라로 펼친 농도 짙은 장면들은 동성끼리의 사랑이 아닌, 인간끼리의 사랑의 일면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일부 변태적 행위의 묘사와 신체 일부가 잘리는 잔혹성 등 강도 높은 표현에 얼굴을 찡그리거나 상영관을 떠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아가씨’는 두 여성의 농밀한 동성애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닌, 이들의 행위는 이성간의 사랑과 다를 바 없는 자연스러운 것임을 강조했다. 연기를 한 김민희, 김태리도 이야기에서 꼭 필요한 장면이며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며 박 감독의 이야기에 힘을 보탰다.
대중에게 또 하나의 금기를 던진 박 감독의 ‘아가씨’를 국내 관객들이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아가씨’는 6월1일 개봉 예정이다.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