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G80(제네시스 페이스리프트 모델), EQ900 디젤 모델 국내 시장 출시를 보류했다.
디젤 차량이 미세먼지를 발생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소비자 인식이 나빠졌고 정부가 디젤에 부과하는 세금 인상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하반기 `SM6 D`를 계획대로 출시할 계획이지만, 흥행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현대차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제네시스 브랜드는 2016 부산국제모터쇼에서 G80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G80은 3.3 가솔린 터보, 3.8 가솔린, 2.2 디젤의 세 개 엔진 라인업을 보유한다. 다만 현대차 내부에서 2.2 디젤 모델 국내 출시 일정을 전면 재조정하면서 사실상 국내 출시가 불투명해졌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G80에 장착되는 2.2 디젤엔진은 싼타페, 그랜저 등에 사용된 `R엔진`에 기반을 두면서 NVH(소음 및 진동) 성능을 극대화시켜 가솔린 수준 정숙성을 갖춰 독일 프리미엄 디젤 세단 이상 성능을 낸다”며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디젤 엔진 신뢰가 떨어지면서 엔진 완성도를 높이고자 국내 출시를 연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이던 EQ900 디젤 모델 계획도 전면 재검토 중이다. EQ900에 장착되는 3.0 S2 디젤엔진은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로 NOx를 처리한다. 배기가스를 대기 중으로 배출시키기 전에 요소수(암모니아 수용액)를 분사, 촉매작용을 이용해 N2와 O2 등 유해하지 않은 물질로 전환시키는 방법이다. 요소수를 정기적으로 보충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NOx 저감효율이 90%로 높다.
또 다른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국내,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면 디젤 모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디젤 모델뿐만 아니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 모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도 디젤 모델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다. 우선 한국지엠은 앞서 신형 말리부를 출시하면서 디젤 모델을 배제했다. 그 대신 1.5 가솔린 터보, 2.0 가솔린 터보를 출시했고 하반기 1.8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쌍용차는 내년까지 1500억원을 투자해 `2.0리터 터보 GDI`와 `1.5리터 터보 GDI` 두 종의 차세대 가솔린 엔진을 자체 개발한 후 창원공장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아우디, 폭스바겐 등 수입차 업체도 신차를 출시하면서 가솔린 모델만 출시하기도 했다.
반면에 르노삼성자동차는 SM6 디젤 모델을 계획대로 올 하반기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흥행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환경부 조사에서 QM3가 기준치(0.08g/㎞) 17배가 넘는 NOx를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고 해당 엔진이 SM6 디젤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 엔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그 인기가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디젤 모델이 인기를 얻고 있는 SUV, 미니밴 등 RV 차종은 지속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디젤 세단 판매량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