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폰 유행이 가계통신비의 군살을 빼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과거 소비자는 프리미엄폰을 구매할 때 보조금을 받기 위해 불필요한 고가 요금제의 약정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중저가폰이 보급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중저가폰을 구매,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는 요금제 선택으로 통신비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저가폰 시장이 점점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틀라스리서치에 따르면 중저가폰 판매량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29.6%에서 12월 38.0%로 늘었다. 특히 40만원 미만의 저가폰 점유율은 같은 기간 18.5%에서 29.7%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노후 폰을 교체하려는 노인층과 젊은 실속파의 수요가 한몫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고장 나거나 노후된 휴대폰을 교체하려는 어르신과 돈이 없는 학생들이 중저가폰을 많이 찾는다”면서 “30~40대는 브랜드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머지 연령대는 실속을 우선시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중저가폰은 전작 프리미엄폰의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하는 등 사양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낮은 가격뿐만 아니라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SE는 아이폰6S에 들어간 A9를 탑재, 성능을 높였다. 소비자들도 중저가폰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휴대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중저가폰 문의 글과 중저가폰에 대한 호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프리미엄 고집 탈피로 `통신 과소비`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제조사도 추세에 발맞춰 새로운 중저가폰을 출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애플은 4인치 아이폰SE, 삼성은 갤럭시J5 2016년형, LG는 K10을 각각 선보였다. 아이폰SE 출고가는 56만 9800원으로 중고가에 속하지만 갤럭시J5와 K10 가격은 각각 29만7000원과 27만5000원으로 중저가에 해당된다. 이통3사 지원금을 받으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만나 볼 수 있다. 하반기에는 팬텍 IM-100과 LG전자 X시리즈(X캠)가 중저가 시장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SKT 루나폰 후속작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중저가폰 수요는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통신 비용 절감과 다양화된 욕구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디자인으로 나오는 프리미엄폰에 비해 중저가폰에는 폴더형, 플렉서블, S펜 탑재 등 기종이 다양해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