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구글이 오라클을 눌렀다. 하지만 오라클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혀 지난 6년간 끌어온 소송은 또 다시 장기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0년 8월 오라클이 구글을 상대로 “자바 API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촉발한 이 사건은 1심, 2심 판결에 이어 연방법원이 1심(캘리포니아 연방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냄에 따라 지난 9일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서 다시 심리가 재개됐다. 지난 3주간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과 래리 페이지 창업자,
새프러 캐츠 오라클 CEO와 죠나단 슈왈츠 전 선마이크로시스템즈 CEO 등 거물 경영인이 증언대에서 구글과 오라클을 변호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26일(현지시간) 오라클과 구글의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에서 원고(오라클) 패소 평결을 내렸다. 오라클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만든 구글이 오라클이 가지고 있는 자바API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88억 달러(10조4000억 원) 손해배상과 받지 못한 라이선스 수익으로 4억7500만 달러(5600억 원)를 각각 요구했지만 10명의 배심원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배심원단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 자바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코드 중 일부를 이용한 것은 미국 저작권법상 저작료를 내지 않는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API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규격을 정해 둔 코드다. 오라클은 구글이 37종 자바API를 침해했다고 주장해왔다. 배심원단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배심원 판결 직후 오라클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년간 끌어온 이번 소송의 결론이 나려면 한참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오라클은 자바를 개발한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2010년 인수했다. 2010년 처음 제기된 소송에서 당초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2년후 인 2012년 자바 API가 저작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고 구글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014년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이 오라클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연방 대법원으로까지 사건이 올라갔다. 하지만 연방 대법원은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결하지 않고 구글의 상고허가 신청을 기각, 사건이 다시 캘리포니아 연방법원항소심으로 되돌아 갔다. 이번 배심원단 판결은 이에 따른 것이다.
사건의 장기화를 예견한 듯, 평결 직후 오라클과 구글 주가에 큰 변화가 없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