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이전에 비해 가스요금이 절반 가까이 줄었어요. 밥하다 가스가 떨어지면 LPG 용기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불안했는데 이제는 마음이 편합니다.”
지난 24일 찾은 충북 진천 신평마을.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한 식당주인은 “LPG를 배관으로 공급 받으면서부터 연료값, 주문 걱정을 모두 덜었다”며 만족해했다.
이 마을 40가구는 지난해 1월 LPG배관망 사업 시범마을로 선정됐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에너지 취약 지역에 2.9톤 내외 LPG 소형저장탱크를 설치하고 각 가정에 지하배관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취사는 물론, 난방 연료도 등유에서 LPG로 바꿨다. 가스는 공급사업자로 선정된 업체가 벌크로리 차량을 이용해 탱크에 수시로 채워 넣는다. 각 가정에 계량기를 설치해 사용량을 확인한다. 기존 난방·취사용 연료인 LPG 용기, 등유에 비해 유통단계가 축소돼 연료비가 크게 줄었다. 올해 1분기 LPG용기 가격은 ㎏당 1730원 내외를 오갔다. 이 마을 주민은 이 보다 절반가까이 싼 ㎏당 900원 정도에 LPG를 사용했다. 같은 열량 기준으로 도시가스 보다 싼 가격이다.
경제성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LPG 용기를 사용할 때는 언제 연료가 떨어질지 몰라 불편을 겪었다. 갑자기 떨어지면, 새로운 용기가 배달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난방에 필요한 등유를 구입할 때면 무거운 통을 들고 몇 백 미터 떨어진 주유소를 다니기도 했다. 겨울에 등유가 떨어져 밤새 추위에 떨었던 적도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됐다.
부담도 크지 않다. 각 가구별 투자비는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총 사업비 3억원 가운데 90%를 국비, 지방비로 보조한다. 나머지 10%가 주민 몫이다.
사업을 신청한 김천규 신평마을 전 이장은 “연료값 지출이 크게 줄어들어 내년이면 주민 부담금을 모두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선을 보냈던 주변 마을도 이제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LPG배관망 사업은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중이다. 지난해 47개 마을 선정에 190여개 마을 신청이 몰렸다. 올해는 26개 마을을 뽑는데 300여개 마을이 신청해 경쟁률 10:1을 넘었다.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 주민은 도시 주민보다 비싼 LPG용기, 등유를 사용했지만 LPG 배관망 사업은 이런 불균형을 해소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수십세대 단위 마을에 도입한 배관망 사업을 올해 3000세대 전후 군 지역으로 확대 실시한다. 올해 화천, 청송, 진도 지역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12개 군 지역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대상 지역 가구 중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자부담분은 LPG수입사가 조성한 희망충전기금 일부로 지원한다.
김영규 한국LPG배관망사업단 사업팀장은 “그동안 연료 사용에 불편을 겪은 마을에 도시가스 수준의 가스 사용 환경이 조성된다”며 “배관 투자비가 커 도시가스 공급사가 진출하지 못하는 지역에 훌륭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진천(충북)=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