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의 출발을 알렸다. 지난해 6월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공론위)가 운영·권고안을 산업부에 제출한 후 기본계획 수립 태스크포스(TF)가 뜬 지 10개월 만이다.
산업부는 공론화위원회의 10개 권고안 중 핵심 내용을 압축해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 △지역지원 방향 △법·제도 3개 분야로 계획을 요약했다. 26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행정예고되는 기본계획안에는 부지선정 절차와 주요 시설 건설 일정, 국민 수용성 확보 계획 등이 담겼다.
계획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조금 더뎌지더라도 안전과 국민 수용성을 높이겠다`이다.
첫 발을 뗐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산업부는 부지 선정에 약 12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공론화위원회가 2020년까지 부지를 확보하라고 권고한 것에 비하면 8년이나 늦춘 셈이다. 그만큼 꽤 여유 있는 일정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용후핵연료 관련 부지확보 작업은 1983년부터 시작됐으나 9차례나 무산됐다. 20여년이 지난 2005년이 되어서야 그나마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으로 한정해 주민투표로 경주가 확정됐다. 2015년 실제 가동에 들어가기까지는 30여년이 넘게 걸렸다. 이번에 고준위 방사선 물질이다. 곧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이 포화되는 상황에서 12년 기간을 결정한 것은 정부 역시 이번 작업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각 원전 내 별도 사용후핵연료 단기저장시설 확충이 불가피해졌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중수로형인 월성원전은 2019년부터 저장고가 포화되고 경수로형은 한빛(2024년), 고리(2024년), 한울(2037년), 신월성(2038년) 순으로 저장고가 가득 찬다. 반면, 이번 기본계획상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부터 운영된다. 2년 뒤 포화시점을 맞는 월성은 물론, 중간저장시설을 활용한다 해도 한빛과 고리 등은 별도 소내 저장공간이 추가로 필요하게 됐다.
이마저도 계획대로 진행됐을 때 얘기다. 정부는 부지 선정과 관련 후보 선정이 아닌 부적합지 배제 방식을 택했다. 그만큼 일부 지역을 한정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반발에 부담을 느낀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상문제다. 대상지로 선정되면 해당 지역에는 지하연구소와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장이 모두 들어선다. 그만큼 지역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관련 보상과 지역 지원에 대한 기대감도 클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관련 보상 내용은 기본 계획에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부지선정 과정에서 독립적인 조직을 두고, 관련 지원 정책을 확정해 나갈 계획이다.
계획이 지연되는 것에 대비해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국내 처분장 마련이 계획보다 늦어지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공동협약에 따라 국제 공동저장·처분시설 확보 노력도 병행한다. 현재 국제 공동저장·처분 현실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제성, 안전성, 회수가능성 등에 대한 분석과 법적 검토를 추진 중이다. 한미원자력신협정(2015년 11월 발효)에 파이로 프로세싱 등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기술협력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주민 수용성과 안전성, 건설 기술 등을 종합해 권고안 대비 부지 선정 기간은 다소 길게, 건설기간은 짧게 짰다”며 “공모 방식으로 지자체 의사를 존중하면서 다각도 방안과 지원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역대 정부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