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4차 산업혁명, 미리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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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장을 견인해 온 주력산업의 수출경쟁력이 뒤처지면서 기술 혁신의 역동성이 무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 경쟁력을 가름하는 원천기술 확보가 더디고, 인프라 확충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양적 성장을 일구던 과거 방법이 먹히지 않게 된 것이다.

미래먹거리로 선정해 육성하고 있는 국가전략기술 120개 가운데 세계 1등 기술은 하나도 없다. 산업연구원이 2015년에 조사한 스마트카, 융·복합소재, 융합바이오 및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제조업 4개 업종의 산업 경쟁력을 보면 미국이 100일 때 우리나라는 68.3으로 일본 81.5에도 한참 뒤처진다. 중국은 우리나라를 바짝 따라오고 있다.

1784년 물과 증기의 힘을 이용해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1870년 전기와 노동의 분업화를 통한 대량생산 체제 구축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 1969년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가 주도한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채 반세기가 지나지 않은 지금 4차 산업혁명이 일고 있다.

3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자동화 생산 시스템이지만 1, 2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중후장대 물적 제조업을 혁신하는 것이었다. 반면에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한다. 실제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 및 지능 기능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 물리 시스템 구축이 현실화된 산업의 변화다. 사람처럼 경험으로부터 학습하는 머신러닝(ML)을 바탕으로 하는 AI, IoT 등 혁신 기술이 실제 상품에 적용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변형하는 과정을 거치면 사람과 사물을 실시간 연결하는 초연결이 기술융합혁명을 일으킨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과 고용의 미래를 논의했다. 4차 산업혁명이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경제적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기존의 일자리 소멸과 기술 격차 확대에 따른 계층, 국가, 지역 간 불균형 심화라는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와 범위, 사회 파급효과도 이전의 산업혁명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괴적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명이 앞으로 산업구조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흥미롭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업가들의 기업가 정신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신시장에 대한 도전과 내부 혁신, 소비자 니즈에 가치를 부여하는 경영 전략이 기업가 정신 부재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을 개척할 새로운 기업가 세력의 출현이 절실한 이유다.

특히 국가 전략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을 맞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준비가 미흡하다. 정부는 국가 비전,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글로벌 수준의 규제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은 변화를 수용하는 태세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산업계를 이끌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는 성공한 자수성가형 기업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최근 기업가 정신에 대한 사회 이슈가 점차 확산되고 있고, 이세돌 9단이 1200개의 두뇌를 가진 AI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에서 4국에서의 첫 승리를 거둔 이후 생소한 AI 분야에 온 국민의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제조·ICT가 융합된 스마트 공장과 연구개발(R&D)에 대한 붐이 확산되고 있다. 다가올 미래에 우리나라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 기업, 개인 등 경제 주체들이 힘을 합쳐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 융합산업학과 교수 yoonbs@sv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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