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LPG 사용제한으로 경유(디젤) 소비가 늘어도 국민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최근 디젤차가 대기오염 주범으로 몰린 상황에서 확인된 정부 의견이어서 주목된다. 또 LPG 사용제한을 완화하면 서민연료 성격이 강한 LPG 유류세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LPG 사용제한 철폐 목소리와 함께 이래저래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24일 본지가 입수한 LPG 사용제한 헌법소원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의견서에 따르면 산업부는 LPG 사용제한이 국민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0월 장애인, 국가유공자, 개인·법인택시사업자, 정비사업자, 자동차개조사업자, LPG충전사업자 등 100여명이 LPG연료 사용제한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LPG 사용자들은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 제28조가 국민 기본권, 환경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률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LPG 수급, 안전관리, 그 밖에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자동차 또는 사용자가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지난 2월 의견서를 내고 “자동차 운송연료로 LPG 사용을 제한한 결과, 휘발유·디젤을 좀 더 많이 사용하더라도 환경오염 여부나 정도에 의미 있는 차이가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민 환경권 침해를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는 생명, 신체적 침해를 가져오는 것은 더욱 아니다”라며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는 LPG가 유리할 수 있지만 대기오염 측면에서는 휘발유 우세 등 연료마다의 상대적 차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사용제한이 폐지되면 LPG 유류세 인상이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산업부는 “LPG 사용제한 정책을 폐지하면 LPG 저세율 정책을 유지할 수 없고 LPG 유일한 장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현재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택시요금이 상승하고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우리사회 취약 계층 연료비 부담도 증가한다”고 우려했다.
산업부 주장은 최근 붉어진 디젤차 환경오염 논란과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환경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배출가스 등급에서 LPG차가 가장 우수하다. 연료별 배출가스 평균 등급이 LPG 1.86, 디젤 2.77. 대기오염물질 지수와 이산화탄소 지수를 합산한 값을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분류한 것으로 낮을수록 친환경적이다. 미세먼지 원인으로 지목되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도 디젤차가 LPG차 대비 10배 이상이다. 자동차부품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디젤택시 배출가스 관리 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디젤차의 연간 환경비용은 LPG차 대비 4배에 달한다.
세수 결손도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디젤에 부과한 유류세는 리터당 약 625원, LPG는 300원 정도다. 하지만 연비는 LPG가 디젤 대비 열세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쉐보레 말리부 2.0ℓ 디젤과 LPG 표시연비는 각각 13.3㎞와 7.5㎞다. 둘 모두 100㎞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디젤은 7.5ℓ, LPG는 13.3ℓ가 필요하다. 여기서 나오는 유류세는 디젤이 4672원, LPG는 3990원이다.
LPG업계 관계자는 “LPG차량이 늘어나면 일부 세수 결손이 생길 수 있지만 이는 환경 기여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사회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차이로 세율을 소폭 조종이 필요할 뿐”이라며 “디젤 차량 증가에 관대한 산업부가 LPG차를 동등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본적 요구는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야 말로 차별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LPG사용제안 헌법소원 안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헌법재판소법 38조에 따라 규정 기간인 180일 이내 판결을 내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7개월이 넘도록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