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패널 제조사, 디스플레이 전략 바꿔 아이폰용 공급 노려
중국 BOE와 차이나스타(CSOT)가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대신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먼저 투자한다. 이미 건설 중인 10.5세대와 투자 확정을 앞둔 11세대 LCD는 투자 기조를 유지하되 속도를 늦추고 신규로 준비해온 8세대 LCD를 플렉시블 OLED로 선회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애플 아이폰용 플렉시블 OLED 공급사로 선정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차이나스타는 우한에 새로운 플렉시블 OLED 생산라인 `T4`를 마련할 예정이다. 조만간 최종 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BOE는 허페이 10.5세대 LCD 라인(B9)과 푸저우 8세대 LCD 라인(B10)에 이어 새로운 8세대 LCD 라인 `B11` 투자를 검토했으나 최근 6세대 플렉시블 OLED로 전환 투자키로 확정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1·2위인 양사의 플렉시블 OLED 투자는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LCD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중앙 정부가 최근 OLED 투자에 집중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애플에 아이폰용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하는 두 번째 벤더가 아직 선정되지 않은 만큼 2차 벤더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공격적 투자로 비춰진다.
차이나스타는 현재 진행 중인 11세대 LCD 투자보다 새로운 플렉시블 OLED용 라인 T4 투자를 먼저 집행할 전망이다. 11세대는 당초 기조대로 투자하지만 일부 장비가 아직 개발 중이어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건물을 완공해도 실제 장비 입고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는 것이다.
우한에 위치할 T4에서는 6세대 규모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투자 발표를 앞둔 11세대 LCD 라인은 T5가 될 것으로 보인다.
BOE의 경우 이미 투자를 시작한 10.5세대 LCD B9와 8세대 LCD B10 라인 외에 추가적인 LCD 투자를 보류했다. LCD 투자로 방향을 잡았던 B11을 플렉시블 OLED로 선회했다.
플렉시블 OLED 생산라인 핵심인 유기물 증착장비는 일본 캐논도키 외에 다양한 제조사 장비를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티엔마에 증착장비 공급 협상자로 선정된 일본 알박을 비롯해 여러 국내 장비 제조사가 물망에 오를 전망이다. 생산라인 건설과 라인 설계 등에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도키가 생산라인을 증설한 뒤여서 도키 장비 수급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 패널 제조사가 애플 아이폰용 플렉시블 OLED 공급사 지위를 따내기 위해 설비 투자를 서두르는 것으로 해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가 제2 벤더로 선정되는게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정해진게 없는 만큼 가능성을 열어놓은 모습이다.
LCD 산업에서 1위와 2위가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도 2위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TV용 LCD 시장의 경우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각각 21.0%, 17.7%를 차지해 전체 시장의 38.7%를 점유했다.
현지 소식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패널 제조사가 플렉시블 OLED 투자를 진행하는 분위기를 보면 과거 LCD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적극적”이라며 “애플 벤더로 선정되지 않으면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힘든 만큼 중국 패널사들이 애플을 목표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