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개편안 나오자 반발 거세…산업부, 플랜B 짤수도

“해외 자원개발 실효성을 높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국가 산업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볼 때 민영화나 쪼개기·붙이기 식의 기능 재편은 해결책이 될수 없다.”

자원개발 공기업 구조개혁에 관해 나온 정부 용역 결과가 전문가·종사자 모두로부터 반발을 샀다. 이 용역 결과에 따라 최종 개편 방향을 잡으려던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민이 더 깊어졌다.

민영화 방안은 국가 자원안보 기조를 흔들 수 있고, 공기업 조직 분할·통합은 시너지 보다 동반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민간기업도 현재 자원시장 위축 상황에서 공기업 부문을 떠안을 여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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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인 딜로이트 안진 전무가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방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일 해외자원개발협회에서 열린 `자원개발 추진 체계 개편 공청회`에서 딜로이트안진 측 용역보고서는 해당 공기업 노조의 강한 반대에 몰렸다.

당연히 예상됐던 모습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반대 수위가 높았다. 자원공기업은 물론 학계에서도 조직 체계 개편이 해답이 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영화나 통합보다는 정권 마다 바뀌는 자원개발에 대한 기조를 바로 잡고, 정부와 공기업, 민간으로 이어지는 조율 시스템과 정책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는 해외 자원개발에서 공기업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해외 자원개발은 리스크가 있더라도 국가 전략적 물자 비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주요 원재료를 거의 수입해 쓰는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해외 자원개발은 산업 유지의 필수요소란 설명이 더해졌다.

민영화나 조직체계 통합 등은 단기적 재무 위험은 해결할 수 있지만, 지금 자원시장 위축에 따른 장기 위험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웅 석유공사 본부장은 “통합을 위해 법령을 바꾸려면 관련 논의만 3~4년이 걸리게 된다”며 “지금의 시스템에서 부채 감축을 통한 내실화와 자원개발 사업 자체에 대한 혁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자원개발을 위해 쏟았던 노력이 일방적으로 평가절하된 것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이정기 광물자원공사 본부장은 “최근 3년간 자원개발 역량을 키우는데 들여온 기술적·인적 노력이 인정받지 못한 채 과거 기준으로 기관을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기관 통합에 따른 시너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더 많았다. 고호준 가스공사 처장은 “모든 공기업이 재무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치밀하지 못한) 조직통합이 오히려 부실을 키울 수 있다”며 “조직이 커지면 경쟁력은 올라가겠지만, 현재 자원시장을 볼 때 통합이 리스크가 한쪽으로 몰리게 만들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의 자원 개발부문 인수 가능성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유가와 가스, 광물 등 모든 자원 가격이 떨어져 글로벌 메이저 자원기업도 힘든 상황에서, 민영화를 한다 해도 국내 민간기업 중 자원개발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에서 민간 영역 참여가 부진한 것은 정부도 인정한 부분이다.

더구나 가장 강력한 민간 지원책인 성공불융자가 없어지고 여러 조세혜택도 줄어든 상황에서 민간기업 참여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참여한 민간기업은 국제시장 여건도 좋지 않지만, 각종 지원제도도 줄고, 공기업이나 민간기업 할 것 없이 금기가 된 자원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개편안 관련 문제점을 언급했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성과 위주로 정부 임기내 뭔가를 보여주려고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이 지금의 자원개발 공기업 부실을 가져왔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신 교수는 “자원개발 사업에 차입이 많으면 가격 하락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그간) 정부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 공기업에도 책임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 숙제가 더 많아졌다. 자원개발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한 연구에서 민영화와 조직통합 같은 방안이 나왔지만 어느 한 곳도 확실한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전혀 다른 플랜B를 짜야할 필요성도 남았다. 그나마 자원개발은 필요하고 민간 참여가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작은 성과라면 성과다.

이응규 LG상사 상무는 “자원개발은 타이밍이 중요하며 지금이 사업 확장을 위한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며 “우리가 공기관 개편과 개발 방향을 놓고 허둥대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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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노조원들이 공청회장 내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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