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미래모임]국방 R&D 역량, 민군 협력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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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방 R&D는 1960년대 미군에 의존하다 1970년대 들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설립되며 본격화됐다. 1980년대 기본병기 국산화를 추진했다. 주로 선진국 무기를 모방해 개발하는 수준이다. 2000년대 접어들며 세계 수준 첨단무기 개발이 시작됐다. 개인화기, 전투기, 함정 등 독자개발이 이뤄지며 눈부신 발전을 거뒀다.

기술이 축적되면서 방산 수출도 이뤄졌다. 2006년 3억달러를 기록한 방산수출은 2014년 36억달러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단순히 장비만 수출하는 게 아니라 훈련기, 자주포, 전차, 전투기까지 판다. 글로벌 100대 방산기업 순위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은 4개가 포함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조5000억원이 넘는 매출로 우리나라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다. 하지만 4개 기업 모두 60위권 밖이다. 현재 1위인 록히드마틴과 비교해 KAI 매출은 30분의 1수준이다.

우리나라 방위산업 발전 속에서도 중국, 일본 등 군사 강국에 둘러싸였다. 북한과 대치 중인 상황은 군사력 건설 소요를 증가시킨다. 세계 방산시장 추세는 자국 산업 보호육성에서 글로벌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기술 중심 전문화 계열로 독점적으로 운영했다. 현재는 방산물자 지정을 줄이는 등 경쟁체제를 구축한다. 산업 주체도 정부가 아닌 기업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다. 우리나라도 ADD 중심 국방 R&D가 민간 기업 주도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민군 협력뿐 아니라 국가 간 협력도 활발히 이뤄진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38조7995억원이다. 이중 방위력 개선, 무기개발 부문이 약 11조원이다. R&D 예산은 2조5000억원 규모다. 방위력 개선 등 R&D 추진 절차는 어떤 무기가 언제, 어느 정도 필요한지 합동참모본부에서 결정한다. 방위사업청은 필요한 무기를 직접 개발할지를 판단해 소요 계산을 한다. 국방부가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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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이 지난 18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렸다. 김일동 방위사업청 획득기획국장이 `방위산업의 R&D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국방 R&D는 기초연구부터 체계개발까지 패키지로 이뤄진다. 국가 R&D는 응용연구 외 사업화는 기업이 담당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국방 영역은 국가가 대부분을 주도한다. 이 과정에서 민군협력이 중요하다. 국가 주도 R&D 사업 한계를 보완한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민군기술협력사업이다. 군은 민간 기술을 적용하고, 민간기업은 이를 활용해 무기를 개발한다. 국방력 강화와 국가 안보에 기여한다. 기업은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경제에 도움을 준다. 사업은 국무총리 산하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두고 산업부, 방사청 등 11개 기관이 참여한다.

민군 협력 예산은 연간 500억~600억원 수준이다. 1999년부터 민군협력 사업을 추진했는데, 지난해까지 총 6931억원이 투입됐다. 이렇게 개발된 결과물을 군도 적극 활용한다. 신개념 기술 시범사업이 대표적이다. 민간에서 국방 관련 성숙된 기술이 있으면 시범적으로 제작한다. 3년간 테스트를 거쳐 통과하면 군에서 소요제기를 해 전력화한다. 굉장히 짧은 시간에 민간 성숙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벤치마킹해 한국형 `DARPA` 사업으로 추진한 사례도 있다. 이 사업은 기업, 대학 등이 보유한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정부가 펀딩하는 게 핵심이다. 2014년 첫 시행돼 현재 2개 과제가 진행 중이다.

군이 보유한 기술도 민간에 이전된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국방기술을 활용해 민간이 출시한 제품은 14개, 227억원 규모다. 10년 후에는 5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작년 100건이 넘는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했으며, 성과에 따른 기술료도 20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국방기술개발은 기초연구, 핵심기술개발, 민군기술협력, 전용기술사업, 핵심 부품 및 SW 개발로 나뉜다.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은 기초연구, 민군기술협력, 핵심부품 및 SW 개발 영역이다. 해당 영역 참여를 통해 초기 단계 국방 분야 진입통로가 된다.

현재 국방R&D는 합참에서 10년 뒤 어떤 무기체계가 필요한지 정한다. 무기체계 소요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방산업체나 ADD 등만 참여한다. 민간에서는 기술이 있어도 참여가 어렵다. 이를 개선해 기술 중심적(테크놀로지 푸시) R&D로 바꿔야 한다. 군에서 기술을 보고 무기체계를 만드는 방식이다. 현재 이 방식으로 진행되는 R&D는 전체 10% 밖에 안된다.

결국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는데 핵심은 정보공개다. 군 특성상 많은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 대신 R&D 관련한 내부자료 중 민감한 부분은 삭제하고 대외용으로 공개한다. 민간 기업이 기존 국방기술품질원에서 담당하는 기술기획도 참여한다. 지난해 10월 국방기술기획전문가협의체를 발족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산학연 49개 기관이 참여해 국방 기술 분야 자문을 한다. 전문연구기관제도도 효과를 거둔다. 방사청 내에는 20개 전문 연구기관이 있다. 전문연구기관에 지정되면 국방 관련 기술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채택돼 사업이 착수될 경우 정부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기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폐쇄적 R&D에서 개방형 R&D로 차츰 변한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국방 SW 투자, 제도 개선도 이뤄진다. 핵심 SW는 별도 예산을 편성해 매년 100억원가량 지원한다. 국방 영역에서도 `SW 제값 받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산업부, 미래부에서 만든 SW 관련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가치를 보장한다.

민간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ADD는 앞으로 전략 비닉(스텔스), 신기술 개발만 전담한다. 미래 소요 기술 발굴과 개발을 담당한다. 나머지는 민간 업체 중심으로 R&D가 이뤄진다. 국방 R&D가 정부 독점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을 해소한다. 민간 기업이 국방 R&D 참여를 주저하는 이유는 참여도 어렵지만, 비용 보상이 잘 안 된다는 점도 작용한다. 과제를 수행하다가 실패하면 가혹한 책임을 묻는 것도 영향을 준다. 성실한 실패에 대해서는 책임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 결국 군과 민간이 함께 갈 때 국가 안위와 산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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