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에티오피아에 과학자를 수출한다. 한국 과학의 역량이 세계적으로 평가받은 결과다. 과학자가 국제사회 공헌을 강화하고 은퇴 후 진로 모색도 가능한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된다. 에티오피아 파견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동남아 등지로도 한국 과학자가 진출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에티오피아 교육부와 2020년까지 약 200억원 규모의 `에티오피아 대학 공학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한국인 과학기술자 초빙사업` 계약을 맺었다고 16일 밝혔다.
현재 계약 인원은 21명이지만 올해 하반기 중에 3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독일 학술교류처(DAAD)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교수까지 포함하면 추후 35~40명 규모로 전망된다. 인원이 늘면 계약 금액도 함께 늘어난다.
계약 주요 내용은 5년 동안 교수요원 30여명을 에티오피아로 파견하는 것이다. 한국 전문가 총장, 원장, 학장 등을 맡아 대학 경영과 인력 양성을 돕는다. 5년 이후에는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한국인 과학기술자 21명을 10개 대학 IOT(Institute of Technology)와 2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 초빙한다. STEPI는 올해 하반기 중에 인원이 수정돼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연간 1인당 8만5000~11만5000유로의 급여를 받는다. 이사와 항공료 1만유로는 별도로 지급된다. 현재 과학자 2명을 뽑아 7월 중에 파견한다. 나머지는 9월부터 공모한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두 번째 인구 대국이지만 오랜 내전과 가뭄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벤치마킹 대상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한국전쟁을 겪고 원조를 받는 등 가난하던 우리나라가 과학기술로 빠르게 압축 성장한 것이 벤치마킹 대상의 이유다. 한국을 배우고자 한 제네위 멜레스 에티오피아 전 총리는 에티오피아 공학교육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공계 학과를 육성했다. 기술·공학 인력 자원과 전력 에너지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키우고 있다.
에티오피아 대학은 독일 DAAD 인력을 고용해 왔다. 하지만 한국식 과학기술 모델을 배우기 위해 DAAD와 계약을 해지하고 우리나라 과학자로 대체하기로 했다. 현재 DAAD는 25명을 초빙했다. 그 가운데 10명이 이장규 아다마과학기술대 총장을 포함한 한국인 과학기술자다.
STEPI는 DAAD에서 초빙돼 온 한국인 과학기술자를 이번 사업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하반기의 계약 변경과 DAAD 초빙 인력을 추후 포함하면 35~40명 규모를 전망하고 있다.
조황희 STEPI 국제기술혁신협력센터(IICC) 센터장은 “국가 차원에서 고경력 과학자를 대규모로 내보내 수출하는 것은 최초 사례로, 해외 진출 길을 열어 주는 것”이라면서 “한국과 에티오피아 간에 구축된 사제지간의 인적관계는 양국 상호 이익에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고, 이번 사업이 성공하면 동남아 개발도상국에도 비슷한 시스템을 수출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이자 새로운 시도”라고 설명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