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연구실 성과, 시장과 通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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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기준으로 공공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 10건 가운데 8건은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연구실에서 태어난 기술이 계속 잠자고 있는 것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연구개발(R&D)의 성과물이 기업에 공개되고, 상품과 서비스로 개발돼 소비자와 만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공공 환원 과정이다. 투자자인 일반 국민에게 투자금을 다시 돌려주는 셈이다.

하지만 공공기술 사업화 과정에는 다양한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우수한 기초기술이 있어도 세 번의 위기를 넘지 못하면 가라앉는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첫 번째는 우수 원천기술이 자금을 지원받지 못해 시장에 맞는 가치 있는 응용기술로 발전하지 못한다는 `악마의 강`이다. 다음은 사업화 역량이 부족해 시제품 개발에 실패하면서 맞이하는 `죽음의 계곡`이다. 마지막으로는 시제품이 개발된 뒤에도 시장이 무르익지 않거나 마케팅 역량이 부족해 사업화에 성공하지 못하는 `다윈의 바다`다. 강, 계곡, 바다를 넘어 사업화에 성공하려면 소비자에 맞춘 추가 기술 개발과 시장 흐름을 읽어서 적시에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각각 위기 상황에 누군가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적합한 기술을 제공하고, 시장 진출 경험과 마케팅 노하우를 나눠 준다면 중소·벤처기업에 구원의 손길이 될 것이다.

공공기술 사업화 과정에서도 시장과 통하도록 기술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가 한자리에 모여서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이 사업화 전문 인력과 적시에 필요한 자금력을 확보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기업 스스로 해답을 찾지 못할 때 정부는 기술사업화 전문가와 함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오는 17일부터 나흘 동안 열리는 `K-ICT 기술사업화 페스티벌`은 기술을 살 사람과 팔 사람이 모이는 시끌벅적한 장터다.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고, 기술사업화 전문가와 벤처·중소·중견기업이 한자리에 모여서 시장에 맞는 사업 아이템을 찾는 자리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지난해 10개 중소·중견기업에 10개 기술을 이전, 총 4억1500만원의 기술료 수입을 올렸다. 올해는 기술료 수입 1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과 연구자 간 만남을 위한 사업화 상담 부스를 운영하고, 사업화 자금 조달을 희망하는 기업에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하는 설명회도 열린다.

이번 행사처럼 기술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 니즈를 파악하고 시장성을 검토하는 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기업과 연구자의 간극을 줄이는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자는 기술 상담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파악할 수 있다. 기업은 필요로 하는 기술 동향과 개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가 서로 간극을 좁히며 서로 닮아 갈 수 있다. 이러한 공공기술 교류의 장은 성장에 목말라 있는 중소〃 신생기업에 단비가 되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우수 기술을 연구실 밖으로 끌어내 시장에 선보이는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 또 기술사업화 성공 모델을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단기성 사업화 지원을 넘어 정부의 꾸준한 장기성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ICT 산업은 금융, 농업, 의료 등 이미 여러 산업과 융합해 뿌리기술로 제 역할을 든든히 하고 있다. ICT 분야의 우수 기술이 뻗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함을 의미한다. 어렵게 만들어진 우수한 원천기술이 연구실에서 잠들지 않고 성장성 있는 우수 기업에 이전돼 사업화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 주길 바란다.

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장 shlee0813@iit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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