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3저 불황` 한국사회

Photo Image

1988년은 한국인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서울올림픽이 열렸고, 경제도 호황이었다. 행복의 척도 가운데 하나인 상대적 박탈감도 지금보다 덜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주인공 혜리의 모습에는 당시 분위기가 잘 응축돼 있다. 인생 선배들도 경제만큼은 그때가 좋았다고 말한다. 올림픽 특수에다 저유가, 저금리, 원화 약세로 대변되는 `3저 호황`은 모두를 춤추게 했다. 그해 경제성장률도 11.9%를 기록했다. 주식시장도 최고 전성기였다.

애석하게도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우리 기업에는 항상 위기라는 수식어가 함께했다. `어게인 1988`은 재현되기 어려울 듯 보인다. 오히려 우리 경제는 10년마다 큰 시련을 경험했다.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었다. 정권 교체기이던 1998년 당시 대규모 빅딜과 구조조정이 일어났다. 2008년에도 대량 실직이 있었다. 물론 우리는 두 차례 시련을 가장 빠르고 현실적으로 극복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나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경기 최저점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 하면서 `V자` 반등에 성공했다.

2년 후 우리에게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2018년의 한국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10년마다 최저점을 찍는 이른바 `10년 주기설`이라는 가정이 현실화 될까. 검증은 2년 후 오늘로 유예하자. 다만 지금의 경제 상황 흐름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벌써부터 적신호 전조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조선·해운 업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은 1998년과 2008년 데자뷔를 일으킨다. 대표 소비 도시이던 울산과 거제시의 현재 모습은 그야말로 폭풍 전야다.

실업률도 또 다른 지표다. 지난달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10.9%였다. 4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 기준을 변경한 1999년 이후 17년 만이다. 직장을 찾지 못하는 이도 늘고 있다. 3월 대비 4월 제조업 취업자수 증가 규모는 3분의 1로 줄었다. 조선 업종을 시작으로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본격 이뤄지면 전체 실업률은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

분명 우리 경제는 둔화 또는 하향 국면에 서 있다. 실업률 증가→소비심리 위축→투자 지연이라는 악순환에 빠져들기 싶다. 중요한 점은 1998년, 2008년처럼 V자 반등을 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것이다. 구조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일회용 처방전은 한계가 있다. 미봉책으로는 점진 회복을 뜻하는 `U` 곡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 모임에서 자주 듣는 용어가 생겼다. 바로 `저성장기 한국사회`다. 우리나라가 2% 수준의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요지다. 수출은 6%대 성장률로 떨어진 중국 장벽에 막히고, 내수는 1100조원의 가계 부채에 발목이 잡혔다. 저성장, 저출산, 저소비로 불리는 `3저 불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웃나라 일본의 잃어 버린 10년이 남의 일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L`자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 우리는 지나간 시간 속에서 교훈을 찾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아베노믹스의 일본에서 해법을 찾아보자. 북유럽처럼 사회 안전망 구축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잡셰어링, 일자리 나누기 같은 사회 합의도 없는 구조조정은 충격파가 만만치 않다. 우리 경제가 10년 주기로 리셋 버튼을 누르지 않기를 바란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