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가 대형 은행과의 수수료 갈등 확산으로 사실상 중단 위기에 처했다. 카카오페이 송금서비스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과 정보기술(IT) 간 협력 일색이던 핀테크 사업이 `테크핀(Technology+Finance, 기술 주도를 빗댄 말)`으로 역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10일 금융권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와 은행이 선보인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가 하반기에 중단될 예정이다. 펌뱅킹을 활용한 간편 송금 서비스 출시가 겉으로 드러난 중단 이유다. 그동안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됐다. 지난해 하반기 카카오는 은행에게 수수료 지급을 약속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유료 전환에 따른 수수료 지급 논의가 전면 중단됐다. 카카오도 내부로 뱅크월렛카카오서비스 중단을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세부로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은행과 서비스에 대해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중단 이유는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시작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직접 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뱅크월렛카카오를 통해 열어 준 고객 정보 등을 타 은행에 제공하는 형태가 돼 서비스 참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협력 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도 서비스 중단 결론을 내렸지만 카카오가 은행 사업을 시작하면 더 이상 협력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라고 밝혔다.
최근 내놓은 카카오페이 송금서비스도 은행과 카카오 간 펌뱅킹 수수료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카카오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 등 5개 은행이 참여를 확정했지만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고객 계좌를 가장 많이 보유한 대형 은행이 참여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참여 불가를 밝힌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미 펌뱅킹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시중 은행이 수수료 마진까지 대폭 포기하면서 카카오에 협력할 이유가 없다”면서 “카카오가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펌뱅킹 수수료를 기존 대비 5분의 1 이상으로 줄여서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사실상 서비스 협력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펌뱅킹은 서비스사업자(카카오)가 은행에 이용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카카오 입장에서도 건당 400~500원에 이르는 펌뱅킹 사용료를 은행에 전부 제공하기는 부담이다. 은행에 낮은 수수료를 요청했지만 대부분의 은행이 거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은행은 수수료 문제뿐만 아니라 카카오가 송금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편입, 결제 등 다른 사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핀테크와 테크핀의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