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금호기업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금호터미널 지분을 인수하고 합병을 추진하자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은 각각 아시아나항공 1, 2대 주주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에게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과 관련한 사항의 질의·자료제공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4일 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과의 합병을 결정한데 따른 대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9일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매각했다. 뒤 이어 금호기업은 금호터미널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금호석화측은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현금을 이용해 금호기업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으로 보인다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법률적 문제를 야기한 LBO (차입인수)의 전형적 형태로 업무상배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금호터미널은 현금성 자산을 3000억원 보유한 우량 기업이다. 전국 대도시 요지에 위치한 터미널 부지의 수익 부동산과 금호고속에 대한 콜옵션도 보유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금호기업은 NH투자증권으로부터 인수금융형태로 3300억원, 기타 금호문화재단 같은 공익법인과 자회사, 계열사 거래기업, 특수관계인 친인척 회사로부터 배당을 조건으로 5000억원을 조달해 금호산업을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총 7228억원이다. 하지만 금호산업은 개별기준 누적 이익잉여금 270억원, 부채비율 500%에 육박해 사실상 배당이 불가능한 상황. 금호기업은 금호산업 인수자금 상환과 배당을 실시할 방법이 없어 다시 금호터미널 인수자금 전액 2700억원을 NH투자증권 등 제 2금융권에서 조달했다.
합병 이후 금호터미널 영업이익으로 금호기업 원리금을 상환하면 아시아나항공 재산 손실과 금호터미널 부실이 예상된다는게 금호석화 측 입장이다.
금호석화는 공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과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 합병 공시 관련 이사회 의사록과 관련자료 일체를 요청했다. 또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라면 왜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지 않고 굳이 경쟁없이 금호기업에 매각, 합병시키는지 물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인 박삼구 회장 개인회사인 금호기업에게 금호터미널을 매각함으로써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및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며 “금호기업과 같이 부채가 과다한 `SPC`와 우량한 자산을 가진 금호터미널이 합병하면 금호터미널이 채무를 부담하게 될 뿐으로 배임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