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첨단 가속기 개발 경쟁에 속도가 붙었다.
가속기(Particle Accelerator)는 전기를 띤 입자를 빛의 속도(30만㎞/초)에 가깝게 가속해 물리학 실험에서 생명과학, 나노, 재료과학과 의료 및 기타 산업 분야까지 활용할 수 있는 첨단 장비이자 연구 시설이다.
9일 부산에서 개막된 `국제 가속기 콘퍼런스(IPAC 2016)`는 세계 첨단 가속기 개발 경쟁 양상을 잘 보여 준다.
이날 일본은 `국제선형가속기(ILC)`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길이 31㎞ 규모에 최고 10조원을 투입하는 ILC는 일본이 세계 가속기 연구개발(R&D)과 산업을 선도한다는 목표로 추진하는 대형 국제 협력 프로젝트다.
고마미야 사치오 ILC 추진단장(도쿄대 교수)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등 국제 협력을 기반으로 일본 100개 기업 및 기관의 참여 아래 ILC 상세 구축 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CERN이 운영하고 있는 거대강입자충돌기(LHC) 외에 추가로 둘레 80~100㎞에 이르는 미래 원형 충돌기(FCC) 구축 5개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FCC 구축에는 우리나라 물리학자와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 등 세계 각국의 과학기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처음으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구축, 식물 광합성과 엽록소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고속 화학반응을 관찰·연구할 수 있는 또 다른 기능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추가 구축하고 있다.
스웨덴은 가속 입자 크기와 회절각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새로운 차원의 방사광가속기(MAX-IV)를 개발해 시운전하고 있다. 오는 6월에는 세계 최고의 방사광 밝기를 내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준공한다.
독일은 미국, 일본, 우리나라에 이어 세계 네 번째 4세대 방사광가속기(유로 〃XFEL) 구축을 주도한다. 스위스도 4세대 방사광가속기 스위스-XFEL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가속기 R&D에서 다소 늦었지만 최근 CERN을 벤치마킹한 둘레 52㎞의 원형입자충돌기 건설 독자 계획을 내놨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완공한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현재 운영하고 있는 경주 양성자가속기에 이어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 부산 기장의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등 첨단 대형 가속기 구축 사업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5년여 동안 가속기 개발 구축에 투입한 예산만 1조원이 넘는다. 정부 중장기 R&D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0년께 우리나라는 대전, 부산 등 전국에 대형 가속기 7기가 구축·운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주요 과학기술 선진국과 비교해 가속기 개발 투자 예산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남궁원 IPAC 2016 조직위원장(포항공대 명예교수)은 “가속기 R&D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우리나라가 앞서 나갈 수 있는 가속기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도 필요하다”면서 “현재 가속기는 몇몇 국가만 보유·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 설비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