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쓴맛 본 해양플랜트

“해봤어?”

이 말은 산업화 시대에 자주 인용된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명언이다.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다. `하면 된다`는 간결한 한마디에 범 현대의 기업가 정신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40년 전인 1970년대 중반에 해외 유조선 2척을 건조하며 조선 사업에 발을 내디딘 현대중공업은 10년여 만에 일본 유수의 조선사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최단 기간 최대 건조 실적이라는 조선업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 반열에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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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3대 항목에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켜 온 우리 조선업에 해양플랜트는 장밋빛 시장이었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구축 사업도 거침없이 도전했다. 현재는 막대한 손실을 가져온 `원흉`이 돼 조선해양업계의 구조조정 1순위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선박 건조 위주에서 자체 설계 능력을 갖추기까지 20여 년이 걸렸다. 건조는 건축이나 건설처럼 노동력과 시간 싸움이지만 설계 엔지니어링은 다르다. 노하우를 쌓은 숙련된 고급 인력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설계 엔지니어링은 해양플랜트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 받는다.

`해봤어?`는 산업화 시대에 딱 들어맞았다. 정보화시대를 넘어 융합 기반의 4차 산업 시대에 준비 없는 `해봤어?`는 무모한 시도가 될 수 있다. 우리 해양플랜트 사업은 고급 인력과 설계 기술력 확보, 경험 축적 등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다. 이익에 급급했다. 유가 등 산업 정세 변화에 대한 대처도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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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산업은 쓰라린 경험을 맛보고 있다. 실패도 훌륭한 자산이다. 기업과 정부는 경험을 쌓은 해양플랜트 설계 엔지니어링 인력을 유지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당장 어렵다고 해서 경험 많은 인력을 내보내고 어렵게 쌓은 `실패의 노하우`마저 없앤다면 미래가 없다. 해양산업 구조 개혁, `제대로` 해보자.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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