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가뭄 끝에 단비` 지방상수도 현대화 국고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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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정부가 발간한 `2015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연평균 강수량은 평년 대비 72%에 그쳤다. 관측 이래 역대 최저 3위로 가뭄이 심각했다. 1978년 이후 소양강댐은 역대 최저 수위에 도달했다. 3월부터는 한강수계에선 충주댐, 횡성댐 등도 저수율이 3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전국 37개 시·군의 약 5만1200가구가 제한 급수 등 원활하지 않은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동안 국지성·간헐성 가뭄은 있었지만 늦가을까지 전국에 걸쳐 메마른 적은 드물었다.

정부 차원으로도 댐 건설과 지하수 활용 등 기존의 수자원 확보 방식 외에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고 지원 문제로 난관을 겪던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이 또 하나의 현실 대안이 되는 것에 지난해 가뭄이 촉매가 됐다.

환경부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전국 상수도시설 개량 시기 경과로 20년 이상 노후관 비율은 30.6%로 늘어난 반면에 상수관망 교체율은 1%에 불과했다. 전체 갱신에는 10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수장 시설 또한 노후화가 심화돼 97곳에서 먹는 물의 수질이 정상 기준에 미달할 위험에 있다. 송·배수관의 단수 사고도 10년 전에 비해 1.4배, 피해 주민도 6.2배까지 늘어났다. 수돗물 민원 또한 2013년 기준 3만1498건으로 2007년보다 4배나 증가하는 등 노후 상수관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했다. 경제 손실만 따져 보더라도 지난 10년간 누수량은 80억㎥를 기록해 매년 약 6억 9000만㎥, 6059억원어치에 이르는 물이 땅 속으로 허무하게 사라졌다.

다행히 정부는 지난 3월 전향적 검토 끝에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상수도 개량비용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2017~2028년에 약 3조34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대상 선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자체의 의지와 관심이다. 지금까지 지자체 대부분은 노후 상수관에 대해 수도요금 원가 상승, 인력 감축, 장기투자비에 대한 재정 부담, 시설 유지 및 관리 한계 등 이유로 땜질식 처방에 급급해 왔다.

어렵게 시작된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지난 방식을 과감히 떨치고 상수도 100년 대계를 내다보는 지자체 주도의 지속 가능한 수도사업 경영체계 마련이 절실하다. 국고 지원은 어디까지나 마중물 역할이다. 지자체는 수도 요금의 단계적 현실화 검토를 통해 지방상수도가 지역 수도요금으로 유지, 보수, 운영, 관리가 지속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지속 가능한 수도사업 경영 체계가 마련된다면 누수, 단수가 획기적으로 줄고 수돗물 생산원가가 낮아져서 지자체의 상수도 재정이 견실해질 것이다.

`가뭄 끝에 단비`라는 말이 있다. 오랜 문제가 해결됐거나 시의적절하게 실마리가 제시됐을 때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다. 물 복지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주민과 열악한 지방 재정으로 자체 해결 방법을 찾기가 어려운 지자체에 이번 국고 지원 결정은 말 그대로 `가뭄 끝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통해 연간 1700억원의 수돗물 생산 비용이 절감돼 힘겨운 지방 재정에 보탬이 되고, 매년 약 4500개 지역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지역 경제에 내리는 `단비`와 같다.

상수도 사업은 기술 집약도가 높은 사업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적용함으로써 내수 활성화와 물산업의 세계 경쟁력 강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점차 험난해지는 세계 경제 전쟁에서 이는 우리에게 힘이 되는 또 하나의 `단비`가 될 수도 있다.

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leesj@ke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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