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보안 업체들은 다양한 형태로 연합을 맺고 협력하며 커져가는 사이버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업체 간 협업이 적었던 국내에서도 공동 사업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좋은 선례가 됐으면 합니다.”
SK인포섹과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최근 이메일 지능형지속위협(APT) 솔루션 공동 개발을 발표했다. APT 주요 유입 경로로 이메일이 지목되는 가운데 보안관제 분야와 메일보안 분야에서 각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가 손을 잡았다.
그동안 보안 업체 간 단순 정보 공유·데이터 제공 수준의 협력은 많았다. 영세한 국내 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업계 내 협업이 요구됐지만 실무단에서 제품 개발과 공동 사업 전개는 흔치 않았다.
두 회사 개발팀장은 현장에서 느낀 시너지가 공동 사업 전개에도 큰 동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철 SK인포섹 관제솔루션팀장은 “단기간 내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SK그룹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과 함께 실무단에서 협력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국내 한 대기업 내부 포털을 함께 고객으로 두면서 두 회사 제품이 합쳐졌을 때 나타나는 높은 탐지율과 고객 만족도 실현을 체감했다는 설명이다.
지학수 지란지교시큐리티 메일보안사업부 개발2팀장 역시 “보안 제품을 개발하며 가장 목말랐던 부분이 외국에서는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는 업체 간 협업”이라며 “SK인포섹과 현장에서 서로 제품 성능과 역량을 사전에 검증했기 때문에 공동 개발과 사업 추진도 어려움이 없이 잘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스팸차단 등 메일보안 사업을 하며 APT 공격에 많이 활용되는 다양한 사회공학적(소셜엔지니어링) 기법에 대한 노하우와 데이터를 쌓았다. SK인포섹은 1600여개에 달하는 고객사에 보안관제 서비스를 제공하며 여러 공격 케이스와 시나리오 데이터를 축적했다.
지 팀장은 “APT에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공격 기법이 주로 적용되지만 기존 수법을 조합하는 형태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존 공격 조합 대응에 효과적인 보안관제 분야와 손을 잡은 이유다.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 수요도 제품 공동 개발 결정에 한몫했다. 국내 APT 관련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고가의 외산 솔루션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현지화와 기술지원 부족에 대한 불만도 컸다.
SK인포섹 김 팀장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으면서 국내 환경에 특화된 제품을 찾는 고객이 많았다”며 “지란지교시큐리티와 협력으로 양사와 고객에게 모두 득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이에이피티 인사이트(eAPT insight)` 상표권 등록에도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마케팅과 영업 등 사업 전반을 함께 추진한다. 두 회사 역량을 합쳐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