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기업 구조조정 성공을 위해 한국판 양적완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일 임종룡 위원장은 언론사 부장단과 오찬에서 “일부 산업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져가는 악순환 고리를 사전에 차단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국판 양적완화를 추진해 유동성을 미리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양적완화의 구체적 방식으로 국책은행 자본 확충과 산금채·수은채 발행을 거론했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구체적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조선, 해운산업 위기가 신용경색 현상을 초래하면 금융사가 멀쩡한 기업 자금을 회수해 흑자도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얘기하는 양적완화는 구조조정을 더 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 위원장은 “자본확충 대상은 조선, 해운산업 익스포저(부채) 대부분(60% 이상)을 가진 국책은행(산은, 수은)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은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간접적인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주도하면 추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통상문제와 특혜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채권단 대비 정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난 여론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조정은 해당 기업을 가장 잘 아는 채권단 주도로 할 것”이라며 “정부가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는 방식은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규모와 방식을 놓고는 기재부와 한은 등 관계기관과 이번주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산은법을 개정해서라도 적극적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산업은행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은 재정이나 한국은행의 출자 또는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이 있다며 필요시 산업은행이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건부 자본증권이란 유사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이 붙은 채권이다. 발행 조건에 따라 바젤Ⅲ 규제체제에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정상화 방안 추진 현황과 채권단 지원 의지를 담은 서면을 같은 동맹체 가입 선사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도 해외선주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 결과가 가시화할 경우 필요한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