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유럽, 미국 등 금융선진국은 물론이고 인도 등 신흥국과 제휴를 맺고 해외사업 강화에 나섰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기업공개로 글로벌 거래소 도약을 준비 중인 거래소 행보가 주목된다.
거래소는 지난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스마트 베타지수 공동개발, 유럽 공인 적격청산소 인증 획득, 우즈베키스탄 우량 국영기업 상장·투자 설명회, 인도 대표지수 파생상품 거래소 상장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앞서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을 거래소에 사상 최초로 상장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거래소의 이 같은 움직임은 19대 국회에 계류 중인 지주회사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와 맞닿아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바꾸고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파생상품시장 등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래소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올 하반기까지 지주회사 전환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거래소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이미지를 벗고 본격적인 글로벌 거래소로 도약을 시도하게 된다.
거래소는 다양한 글로벌 사업 결과물을 한꺼번에 쏟아내며 개정안 통과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국회를 압박해 내달 마지막 본회의에서 결론을 내겠다는 생각이다.
거래소 글로벌화의 최대 성과는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을 우리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다. 세계 3대 상품거래소인 유럽파생상품거래소(유렉스·Eurex)와 교차상장 계약을 맺었다. 유럽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은 국내 증시에, 우리나라 대표지수인 `미니 코스피200`을 기초로 하는 선물은 유렉스에 상장한다. 한국거래소의 교차상장 계약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래소는 또 작년 10월 미국에 이어 4월에는 유럽증권감독청(ESMA)으로부터 증권·파생상품 거래에 관한 적격청산소(Qualified CCP) 인증을 받았다. 현재까지 ESMA 인증을 받은 청산소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 10개에 불과하다.
지난 28일에는 인도의 대표 주가지수인 `S&P SENSEX(센섹스)`를 기초지수로 한 파생상품을 9월 한국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선진국에서 신흥국까지 투자 문호를 넓히는 일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선진국 주요 거래소는 이미 2000년대 중반 구조개혁을 마치고 세계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펼치고 있고 아시아 신흥시장 거래소도 상당부분 구조개혁이 이뤄졌다”며 “거래소 경영비전인 `창조금융과 시장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빅7 거래소` 도약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와 해외사업 강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