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G밸리 창업생태계를 되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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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이익이 되다.” 2011년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고전하던 노키아의 모바일 엔지니어들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들어 오히려 핀란드 창업이 활발해졌다는 이야기다. 핀란드는 이후 로비오, 슈퍼셀 등 세계적인 모바일 기업을 배출하며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면모를 되찾았다.

세계는 창업 생태계 경쟁 중이다. 각국 정부는 창업활성화 정책을 마련하고 지원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 창업은 신산업과 첨단기술의 발전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 가장 유효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 공간은 산업집적지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창업과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테크시티`는 세계 청년 스타트업의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중관춘엔 `창업거리`가 있다. 제2의 샤오미, 바이두를 키워 내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창업 생태계이자 정보기술(IT)산업 단지인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세계 경제의 둔화, 저유가 등의 여파라 하지만 실제 생산·수출·고용 전반에서 정체된 상태다. 창업해 성공한 기업을 찾기 쉽지 않은 것도 아쉽다.

지난 십수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동적이었던 G밸리도 이제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그 출발은 창업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노력에서 시작해야 한다. 당면한 저성장과 경쟁력, 활력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이유에서다.

G밸리는 세계적인 창업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갖췄다. 1만개사에 이르는 입주 기업은 경쟁과 협력의 대상이다. 거대도시 내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산업단지, 지식산업센터라는 쾌적한 입지 공간도 협업과 네트워킹에 좋은 여건이다. 서울의 우수한 금융, 인력,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부가 혜택이다.

창업자, 지원기관, 투자자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해 창업이 활성화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각각의 연계성이 강할수록 창업 생태계의 완성도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특히 예비 창업자를 배출하는 대학과의 연결고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버클리대와 실리콘밸리 간 관계를 볼 때 가장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기업가 정신 확산도 절실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협력 및 개방 문화는 창업자들에게 필수다. 물론 익숙지 않은 부분이지만 지난 수년 동안 이뤄진 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G밸리에도 산·학·연 협력의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은 희망적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2014년 클러스터 사업 참여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매출, 수출, 고용, 특허 보유 등 혁신지표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기업에 클러스터 참여를 권하고 싶은 이유다.

스타트업, 창업기업의 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액셀러레이터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 대기업, 민간을 중심으로 그 수가 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G밸리엔 아직 부족하다.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공동 구축한 G밸리테크플랫폼은 ICT와 제조 기반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공간, 네트워크, 전문 지원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새로운 시도다. 지원 기관들이 현장에서 유망한 창업기업에 전 주기적 지원을 하고, 선도 기업들과의 네트워크 협력도 연계할 계획이다.

구로공단이 오늘날의 G밸리로 변모하기까지는 1990년대 벤처 창업 붐과 구로단지 첨단화 계획으로 대변되는 정부의 선제적 개혁정책, 민간의 호응까지 `삼박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여년이 지난 오늘 또 다른 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G밸리의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때다.

윤동민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지역본부장 kicoxp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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