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사태는 5월 20일 최초 확진 이후 마지막 메르스 80번 환자까지 총 38명의 사망자를 기록하며 우리나라에 큰 상처를 남겼다. 5월과 6월 단 2개월 동안 추정손실액은 10조원이 훨씬 넘는다는 보고가 있으며, 2015년 한국 관광산업 피해만 3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메르스 사태를 초기에 막지 못한 데에는 무엇보다 기관 간 관련 정보 공유에 미흡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환자 발생 현황, 감염환자 접촉자 정보, 이동경로 등 중요한 정보가 관리되지 못했다. 방역 당국은 확보된 정보를 바탕으로 확산 경로 예측 등 확산 방지 선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긴급 상황이 됐을 때 공공기관 간 데이터 생성 및 활용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 대표 사례다.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출입국관리소, 경찰청에 구축된 정보시스템 수준과 상관없이 이러한 공공기관 간 데이터 연계가 제대로 됐다면 훨씬 빨리 해결됐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를 살펴보면서 또 다른 중요한 시사점은 빅데이터 축적 및 예측시스템의 필요성이다. 카드사, 이동통신사 등 민간 영역과 데이터 융합을 할 수 있었다면 환자 및 의심환자의 동선을 확인, 격리 대상자에 대한 자택 및 병원 이탈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신종플루 사태 등을 겪으면서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활용한 신종 바이러스 데이터 체계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전염병 확산 시뮬레이터`를 통해 확산 경로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른바 `인지·예측 기반 지능행정 실현`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정보 자원은 하드웨어(HW)자원, 소프트웨어(SW)자원, 데이터자원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초기에는 HW자원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이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로 업무를 자동화시키는 SW자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기업에 적용된 SW자원에 따라 기업 생산성에 확실한 차이가 생겼으며, 모든 기업이 SW자원에 집중했다. 또한 잘못된 SW자원은 엄청난 기업 리스크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업무가 정보화됨에 따라 정보시스템을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자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데이터자원을 연계하고 융합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됨을 확인하게 됐고, 데이터자원을 분석해 빠르고 올바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데이터기술(DT)`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가 생성한 데이터를 융합하고 활용해 결제, 여신, 수신, 물류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추진도 지속하고 있다.
2020년 미래를 바라본다면 데이터자원은 더욱 중요해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사물인터넷(IoT), 로봇, 인공지능(AI) 등 지능정보기술 활용이 가속될 것이다.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한 서로 다른 사람·기계·산업 간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의 삶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물결이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물결의 중심에는 지능정보기술에서 생성되는 빅데이터를 축적·융합·분석하는 인프라가 필수다.
지난날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글로벌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았던 것은 인정하면서도 선진국 정부의 지능정보기술 추진 속도를 보면 앞으로 이러한 전자정부 위상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행정자치부가 전자정부 2020 기본계획을 4월에 발표한 것은 시의 적절했다. 전자정부 2020 기본계획에는 거의 모든 지능정보화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오히려 너무나 많은 지능정보화 전략이 제시됐기 때문에 체계를 갖춘 로드맵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전자정부 로드맵의 1순위 전략은 데이터 중심 전자정부 구현이 돼야 한다.
앞에서 메르스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데이터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데이터 중심 전자정부 구현의 필요성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최근 사회 현안은 사회·경제·문화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 중심의 소통과 협업으로 업무와 서비스 간 단절을 해결할 수 있다. 사회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청년실업률 증가 등 복잡 난해한 사회 현안 및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이해당사자 간 협업이 필요하다. 또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대안 및 정책 개발, 적시에 대응하는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즉 정보화된(informated) 정부와 연결된(connected) 정부를 넘어 데이터 중심 정부(data centric government)가 돼야 한다. 이를 통해 기민한(agile) 정부, 똑똑한(intelligent) 정부로 발전할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전자정부 사업을 통해 각 기관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 및 정보시스템 구축은 많이 이뤄졌다. 그러나 구축된 시스템들을 연계하고 통합한 융합서비스는 구현하지 못했다. 정부는 출생, 교육, 취업, 노후 등 생애주기별 맞춤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관 간 데이터 연계나 통합이 필수다. 현재 각 공공기관이 데이터 품질 개선을 위해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기관 관점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사업자정보 수작업 증가, 기초연금 부당 지급, 국가장학금 중복 지급 등도 범정부 차원의 데이터 연계 서비스 중요성을 확인시켜 준다. 맞춤서비스나 융합서비스를 위해서는 공공정보의 유통 단계를 넘어 국가 마스터데이터 관리가 필요하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범정부 정보기술아키텍처(Enterprise Architecture)는 기관 간 데이터 공유 활성화와 데이터 통제를 위해 개선될 필요가 있다. 각 부처나 청 주도로 데이터 관련 법 및 제도가 수립돼 오긴 했지만 범정부 차원의 데이터 연계 및 통합을 위한 법·제도가 추진될 필요가 있다.
박주석 경희대 교수 jspark@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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