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파리 신기후협약에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보다 37% 감축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 지난 22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 목표에 정식 서명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솔루션이 바로 에너지 신산업이다.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에너지 분야 새 산업을 키워 온실가스 배출은 줄이면서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100조원 시장과 50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목표다.
한국전력은 에너지 신산업 육성 기관차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연간 흑자 실현과 서울 삼성동 구 사옥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에너지신산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본사를 광주전남 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에너지밸리를 조성 우리나라 에너지신산업 `코어`로 키우고 있다. 한전과 전력그룹사 협력기업은 물론이고 에너지 관련 기업을 한 데 모아 에너지신산업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수년째 실증을 거듭해온 스마트그리드는 올해부터 국민 실생활 적용에 나선다.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과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2018년까지 실제 환경에서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2025년까지 운영해 기술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독립형 전력망) 모델을 섬 지역을 대상으로 적용한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 저장·공급할 수 있는 독립형 전력망을 사업 모델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제주 가파도와 전라남도 가사도에 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자립섬이 운영 중이며, 울릉도, 인천 덕적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투자와 활용을 늘린다. 발전공기업 6개사와 함께 진행 중인 2.5GW 서남해 해상풍력은 글로벌 3대 해상풍력 강국 달성을 위한 국가 전략사업이기도 하다. 전기차 분야는 충전인프라 분야에 힘을 쏟는다. 지난해 8월에는 민간 사업자와 함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유료 충전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250기 충전소를 추가 설치해 전국단위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 장거리 운전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할 계획이다.
신산업 수출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두바이수전력청과 34억원 규모 스마트그리드 구축 시범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중동지역 에너지신산업 첫 진출 성과다. 한전은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 선점을 위해 쿠웨이트, 괌, 에콰도르 등지에서 추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곧 성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마이크로그리드 분야에서는 캐나다 파워스트림과 130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아프리카 모잠비크와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협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메릴랜드주와도 마이크로그리드를 포함한 에너지 신산업 협력을 다각화한다.
한전 관계자는 “에너지신산업 분야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투자비 회수기간도 상대적으로 길다”며 “한전이 앞장서서 장기적 안목 투자로 시장을 개척하는 공기업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