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업계 사계절 시장 사이클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 동안 전력사용량이 많은 여름과 겨울철이 LNG 발전업계 호황기였지만, 예방 정비를 마치고 가동을 시작하는 석탄 발전소가 이때 집중되면서 가동 기회조차 잡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민간 LNG발전업계 여름·겨울 성수기가 `보릿고개`로 변했다.
2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여름을 앞두고 5·6월 2개월 동안 103개 발전소가 계획예방 정비를 마치고 가동에 들어간다. 설비용량은 약 2만1000㎿로 원전 21기 수준이다.
발전소들이 대거 가동 개시를 앞두고 있는 것은 다가올 여름철 전력수요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 동안 전력당국은 12월과 1월, 2월, 7월과 8월 동하절기 전력수급을 위해 발전소 정비를 봄가을에 집중해왔다. 때문에 발전업계에서도 봄·가을은 휴식기, 여름·겨울은 호황기라는 인식이 있었다.
계획예방정비를 마친 발전소 진입은 이달부터 시작되고 있다. 3월까지 25기에 머물렀던 정비종료 발전소는 이달에 34기로 늘었다. 피크는 여름 시작을 앞둔 5월이다. 58기 발전소가 정비를 마치고 가동을 시작한다. 국가 전력공급능력도 1만㎿가 늘어난다. 6월에도 45기가 정비를 마무리하면서 9000㎿ 설비가 추가로 전력을 생산한다.
LNG 발전 업계에서는 사실상 호황기가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봄·가을 보릿고개를 넘기면 여름과 겨울 한철 장사가 가능했지만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지금까지 최대 전력피크는 8212만㎾, 최근 전력사용량(약 6200만㎾)을 감안하면 여름철 약 2000만㎾(2만㎿) 전력수요 증가를 예상할 수 있지만, 앞으로 계획예방정비 이후 공급에 동원되는 용량이 이를 넘어서는 셈이다. LNG 발전 업계에서 사계절이 보릿고개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추세는 겨울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7월 15기, 8월 1기, 9월 8기로 잠시 주춤해지는 발전소 가동 수는 10월부터 31기(7582㎿)로 다시 늘어난다. 11월에 숫자가 줄어든 26기가 정비를 마치고 가동을 시작하지만, 원전 재가동이 많아 용량은 9192㎿로 더 많이 늘어난다.
업계는 특정 기간에 계획예방정비가 몰리는 패턴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금까지는 동하절기 전력이 모자라 모든 설비가동을 이때 집중할 필요가 있었지만, 예비력이 충분한 지금은 정비일정을 여러 기간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란 설명이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신규 발전설비가 많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너무 많은 발전소가 특정 시기에 일제히 가동에 들어가면서 시장 자체가 원전과 석탄 등 기저발전 위주로만 운영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월별 계획예방정비 종료 발전소 현황(자료:한국전력거래소)>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