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빠르고 상세한 기준 마련으로 인터넷상 문제해결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규제로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노출된 정부 규제 한계를 보완했다. 해외 인터넷 기업 회원 확보, 무임승차 가능성 등은 과제로 지적된다.
◇자율규제, 임시조치와 검색어 서비스 제공 기준 마련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활동을 담은 자율규제백서를 25일 발표했다. 백서에 따르면 기구는 지난 3년간 인터넷 게시글 임시 차단 조치 관련 다양한 정책결정을 통해 구체적인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2014년 6월 정책규정 제정으로 이를 체계화했다. 예를 들어 정무직공무원 등 공인은 국민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임시 차단 조치를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명백한 허위사실이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경우만 허가한다. 30일 안에 판단 결과에 따라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재게시한다.
인터넷 사업자 간 자율협의로 법이 규정하지 않은 영역까지 세밀한 처리가 가능해졌다. 정보통신망법 44조2항은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게시물 삭제 요청 시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 예상될 때 30일 이내 임시적 차단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구체적 가이드라인, 절차 등은 명시하지 않았다.
포털 검색어를 조사하고 대응 기준도 마련했다. 검색어 조작 논란에 따라 검색어검증위원회를 설치해 약 2년간 네이버 연관 검색어, 자동완성 검색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전수 조사했다. 검사 결과 조작이나 의도적 개입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색어 처리 시점과 검증시점 차이에 따른 문제 해결, 운영기준 기계적 적용으로 인한 문제를 보완하는 방안 강구, 유명인 판단기준 정비 등 개선사항을 제안했다. 연관 검색어와 검색 결과 등으로 발생한 명예훼손 문제도 다양한 정책결정 사례로 기준을 마련했다.
◇정부기관 협력으로 신속한 인터넷 대응 가능해져
정부 규제만으로 신속하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속도감을 더했다. 청소년보호를 위해 서울시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인터넷상 여성 성매매 정보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서울시 시민모니터링 감시단에서 모니터링 결과를 보내면 회원사로 연계한다. 모니터링 결과 수신 뒤 1시간 내 해당 게시물 삭제가 가능해졌다.
기존 공적 영역에서 처리하려면 대부분 최소 2주에서 한 달이 걸렸다. 게시물 하나하나를 판단하고 위법사항을 살펴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업자에게 공문으로 보내 처리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한 시간만 노출돼도 빠르게 확산되는 인터넷 특성상 실효성이 떨어졌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관계자는 “정부 기구와 협력으로 문제성 게시물 데이터가 넘어오면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처리했다”며 “기존 공적 영역만으로 대응할 때보다 실효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모니터링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감시단에게 교육을 매년 실시했다. 해당 요건, 법령, 모니터링 양식, 필수 포함 사항 등을 교육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관계자는 “교육을 통해 모니터링 활동이 자리 잡아 현재 무작위로 샘플링하면서 모니터링 적합성을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과 협력으로 자살예방 효과도 높였다. 자살 암시 게시물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기업에 정보제공 요청을 한다. 경찰이 IP주소 등 정보를 확보해 신속하게 대응한다. 2014년 11월 실행 뒤 1년 동안 100여건 사례 중 80% 정도가 귀가조치, 부모에게 인계 등 예방으로 이어졌다.
◇해외 사업자 동참, 무임승차 등 과제
정당한 소비자 리뷰 게시물과 업체 비방 글 사이 기준 마련은 선결 과제다. 이용자 표현 자유와 영업방해를 판단하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업체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면 삭제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 맛집 정보는 있는데 맛없는 집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 자율 규제 성격상 회원사 간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한다. 회원사가 정책을 어길 경우 감시하거나 강제력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 공인 비판 게시물을 지우지 않기로 결정해도 몰래 해당 게시물을 지우면 파악하기 어렵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 사업자가 빠져 있다는 점도 한계다. 2016년 1월 기준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즈, 아프리카TV, 줌인터넷 등 국내 인터넷 기업 11곳이 회원사로 가입했다. 그러나 국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검색 환경 등에서 영향력을 고려하면 해외 사업자 합류가 필수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관계자는 “인터넷상에서 자율 규제가 더욱 실효성을 가지려면 해외 기업 동참이 필요하다”며 “동참을 지속 권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ISO 심의결정 현황>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