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를 출범시킨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49회 과학의 날, 제61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하고 다음달 첫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전략회의 출범은 과거 관행을 벗고 국가 R&D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또 원천기술 선제 확보와 창의 마인드로 기술을 융합,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과학기술은 지난 50년 동안 우리 경제를 떠받쳐 왔다. 한국전쟁 후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주인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R&D 1년 예산은 19조원 규모다. R&D비 투자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 과학기술계는 의기소침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막대한 연구비 투입에 비해 성과가 보잘 것 없다는 핀잔을 듣는 것이 예사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현실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마치 이리저리 눈치만 보는 천덕꾸러기나 다름없다. R&D 영향력은 대기업에 넘겨준 지 오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R&D시스템 개편` 스트레스에 몸살을 앓을 정도다. 믿어 주지 않으니 자신감을 잃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과학기술전략회의 출범은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 R&D 개편을 여러차례 시도했다. 지난 정부에선 국가과학기술위원회라는 컨트롤타워를 운영하기도 했다. 민간 중심으로 위원회를 두고 혁신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보와 협조 대신 이해관계와 변화의 거부로 R&D 개편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가 R&D 콘트롤타워를 두겠다는 것은 궁극으로 R&D시스템 개편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정부는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긴 호흡이 필요한 것인지 구분지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을 미래 성장을 위한 어젠다로 생각한다면 임시방편이 돼선 곤란하다. 1년 10개월 남은 현 정부에서 모든 것을 정하려고 하면 성과는커녕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지난 50년 동안 국가 성장에 기여했듯이 앞으로 50년을 내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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