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총선 직후 `기업 구조조정` 카드가 급부상했다. 정치에 밀려 있던 범국가 차원의 관심이 경제 분야로 전환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보다 미래 전망이 더 불투명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는 많이 형성된 편이다.
국내 1분기 기업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처럼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늘었을 뿐 매출은 두 회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외형이 커지지 않는 점은 불안하다. 기업 본연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기보다 환율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에 제시한 3.2%에서 2.7%로 수정했다. 우리 경제는 전반으로 볼 때 저성장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경제는 `타이밍`이고 `심리`라고 했다. 총선이라는 거대 정치 시즌은 끝났다. 이제는 경제에 올인할 때다. 빠른 속도도 중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모처럼 한목소리로 `기업 구조조정` 카드를 뽑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교육·금융·공동 분야 4대 개혁에 산업 개혁을 추가, `4+1 개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사물인터넷(IoT)과 전기자동차 등 신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게 골자다. 조정이 필요한 분야로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이 거론된다. 기존의 국가 주력 산업이다. 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힘이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야권도 `제대로 된 구조 개편이라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부실기업에 경영자금을 지원해 생존을 연장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거시 관점의 구조 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공감대는 형성됐다. 하지만 산업 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에는 수많은 고통과 저항이 따른다. 잘 헤쳐 나가는 게 중요하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공이 많아지면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정부가 만든 안을 놓고 정치권이 이해득실만을 따진다면 배는 산으로 간다.
개혁 대상 기업이 성공리에 사업을 전환할 장치도 필요하다. 조정 대상 산업과 기업이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할 터전을 만드는 것도 구조조정과 함께 고민할 분야다.
산업 개혁 건수에 집착하는 오류도 경계해야 한다. 공무원은 실적에 몰입돼 계량화된 수치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서 `대기업 빅딜`을 경험했다. 돌이켜보면 `억지 제단하지 말고 그냥 놔뒀어야 했다`는 분야도 적지 않다. 벌써부터 재계 일부에서 막무가내식 산업 재편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불거져 나온다. 이 역시 귀 기울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잣대다. 죽어 가는 산업을 살리려는 정책은 후퇴만 있을 뿐이다. 산업 자체를 흔들어야 하고, 없애고 합치고 뼈를 깎아야 살아남는다. 여기에는 핵심 주체인 기업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기득권은 내려놓아야 새로운 기득권이 생긴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