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그룹이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유통업 진출을 철회했다. 저유가로 석유화학 원료 시장에서 LPG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성그룹은 LPG수입사 등록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보성은 자회사 한양을 활용, LPG 수입·유통업 진출을 타진했다.12만5400㎡(3만8000평) 규모의 여수산업단지에 5만톤급 프로판 냉동탱크 2기, 3만톤급 부탄 냉동탱크 1기, 1000톤급 프로판·부탄 볼탱크 각각 2기 등 총 13만4000톤 규모 저장시설을 들이기로 했다. 필요한 전문 인력도 적극 채용했다.업계는 보성이 LPG 수입사업 계획을 철회한 것은 LPG 구매, 고객사 확보에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보성은 중남미 파나마운하 개통에 맞춰 셰일가스 기반의 저가 북미산 LPG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동 LPG 가격이 급락, 북미산 LPG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도입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요처 발굴도 부진했다. 보성은 석유화학 원료용 LPG를 타깃으로 잡았다. LPG 저장시설이 있는 여수산업단지 내 석화업체가 밀집해 있어 안정된 수요를 기대했다. 지리상의 이점으로 수송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저유가로 경쟁 연료인 나프타 가격이 반 토막 나면서 계획은 어긋났다. 지난해 우리나라 석화 연료용 LPG 수요는 170만톤으로 전년 대비 10.5% 줄었다.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줄면서 SK가스, E1 등 선발 주자 간 경쟁도 심화됐다.
보성 LPG 사업 준비 과정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파나마운하 개통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LPG 도입, 판매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최근 상황에 그룹 경영진이 큰 부담을 느끼고 사업에 제동을 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보성은 나프타 가격 추이를 보면서 LPG 수입사 등록 재추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는 저유가 장기화로 수년 안에 진출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사업 포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LPG 사업 담당자 다수가 퇴사한 상황이다.
LPG 시장은 SK가스, E1 양강 체제가 유지된다. 업계는 제3 수입사 등장으로 인한 경쟁 강화로 가격 전반의 하락을 기대했다.
보성 관계자는 “LPG사업 진출을 `유보`한 것으로, 앞으로 유가 등 주변 상황을 살피면서 사업 재추진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필요해지면 인력을 다시 채용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