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기후변화 대응이 당장의 문제로 떠오르면서 국가 차원 에너지산업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에너지 신산업`을 경제 활력의 돌파구로 삼아 적극 키우고 있다. 전통 에너지와 신 에너지 융합에서 공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협력사 동반 성장 기대도 높아졌다. 지방 이전과 경영 혁신 한복판에서 에너지공기업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과 각오를 다지고 있다. 사업과 경영 전반에서 새로운 도전을 맞은 에너지 공기업의 노력과 전략을 짚어 본다.
에너지 공기업 맏형인 한국전력(KEPCO)은 전력신기술 세계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에너지공기업 해외 사업이 걸핏하면 실패하거나 실적 악화로 지탄의 대상이 돼왔던 것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길이다.
한전은 그럼에도 북미와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KEPCO 벨트`를 구축한다는 큰 그림에서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을 펼치고 있다. 내적으로는 전력시장 포화 상태에서 더 이상 전기만 팔아선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성과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1995년 필리핀 말라야발전소를 시작으로 출발한 해외 사업은 지난해 말 기준 19개 국가 33개 사이트로 영역을 확대했다. 해외 매출만 4조9000억원에 달하고, 순이익도 4600억원에 이른다.
해외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마루베니, 미쓰이 같은 일본 상사가 장악했던 시장은 이젠 선두기업이 없는 무한경쟁 체제로 바뀌었다. 전통 화력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로까지 시장이 다변화되면서다. 이 상황을 영역 확장의 기회로 봤다.
`글로벌 KEPCO 벨트` 완성을 위해선 무엇보다 미주 시장 공략이 중요하다.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은 그동안 에너지 공기업이 많이 진출했던 곳이지만, 미주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한전은 최근 대통령 멕시코 순방에서 미주 대륙으로 에너지 신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멕시코 연방전력공사(CFE)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교환은 중남미와 미주 시장 연결을 의미한다. 한전은 그동안 대통령 순방 기회를 활용해 지난해 4월에는 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과,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메릴랜드주, 제너럴일렉트릭(GE)와 협력 관계를 잇따라 맺었다.
한전은 멕시코에서 전통 전력산업 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신산업 수출 발판을 마련했다. CFE와는 지난 2010년 민자발전사업 노르떼2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지금까지 안정적인 운영을 도맡아 남다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이번에는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현지 기업 테친트와 함께 멕시코 공업지역 몬테레이에서 신규 발전사업 공동개발 위한 MOU도 맺었다.
한전은 글로벌 KEPCO 벨트 구축과 함께 수출 중소기업 10만개를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기술력은 있지만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한전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해외수출 파트너십은 대표적 수출 중소기업 지원 제도다.
해외지사와 현지 법인사무소를 활용해 중소기업 상설홍보관도 운영중이다. 한전은 해외사업이 확대될수록 우리 중소·중견기업 기자재 생산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협력사에도 해외 진출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해외 발전소 부품 한국산화를 시작으로 중소기업 동반 진출을 적극 확대할 것”이라며 “글로벌 KEPCO 벨트가 미래 중소기업 수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주요 해외사업 현황 (자료: 한국전력)>
<해외 주요 송배전 사업 현황 (자료: 한국전력)>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