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후폭풍이 온나라를 강타했다. 총선 참패에 따른 여권 지도부 공백과 당권 경쟁, 조기 레임덕 가능성에 정국이 격랑 속으로 휩쓸리고 있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와 3당 체제로 전환하면서 여권 개편이 본격화됐다. 집권 후반기 매서운 민심의 심판을 받은 박근혜정부는 국정운영 방향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19대 총선과는 전혀 다른 의회 권력 지형 변화로 경제·산업계의 긴장 수위도 높아졌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14일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잇따라 사의를 표명, 사실상 지도부 와해 절차로 들어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총선에 불출마한 김태호 최고위원에 이어 낙선한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도 사퇴가 불가피해졌다.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되면서 새누리당은 당분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게 됐다. 당초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시기가 앞당겨지고 친박(親朴)과 비박(非朴)계 간 당권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총선 참패 책임과 조기에 당을 수습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치 못한 여당 참패에 청와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19대 국회 막판 강한 어조로 `야당 심판론`을 내세운 박 대통령이 거꾸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국회와 관계 설정도 재조정할 필요성이 커졌다. 의회와 소통 여부에 따라 향후 국정운영 기조와 정책 방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총선 결과에 대해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국민들의 이런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아쉬운 결과지만 앞으로 더 노력해 3당 체제에서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면서 국정 과제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3당 체제 전환과 국민의당 캐스팅보트 역할을 전략적으로 활용, 20대 국회에서도 쟁점법안 처리를 최대한 유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도 각종 경제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현 19대 국회 임기가 5월 29일까지 이어지는 만큼 임시국회를 활용해서라도 무쟁점 법안 처리를 시도하겠다는 의지다. 무엇보다 장기 관점에서 경제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산업구조 고도화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빼앗긴 상태에서 이전과 같은 밀어부치기식 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제·산업계는 야당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추진 여부에 따라 경제 활력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강화, 성과공유제, 제값받기 등 공약이 야권 주도로 현실화될 경우 수출 부진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산업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경제계가 경제민주화에 앞서 경제살리기를 20대 국회 최우선 순위로 챙겨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이다.
야권은 벌써부터 대권 행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제 민심을 받들어 정권 교체의 길로 매진하겠다”면서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의 길로 경제 틀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정치를 바꾸고 정권을 바꾸고 국민 삶을 바꾸는 정치로 보답하겠다”면서 “20대 국회를 제대로 일하는 국회로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을 꼭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