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모아 칼럼] 아기가 큰데 유도분만 해야 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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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사랑모아여성병원 이홍중 원장

연세사랑모아여성병원 이홍중 원장

막달이 되어 가면 "예정일이 다 되가는데 너무 늦게 나오는 건 아닌가요?", "기다리다가 아기가 너무 커서 자연분만이 힘들지는 않을까요?", "태변을 보지는 않을까요?", "몸이 너무 힘든데 빨리 낳으면 안 될까요?", "남편이 언제부터 출장을 가야하는데 그 전에 나올 수 있을까요?"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아기를 빨리 안전하게 순산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도분만을 한번쯤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아기를 가진 산모라면 누구나 쉽게 주변에서 이야기 들을 수 있는 것이 유도분만이다. 과연 유도분만이 그렇게 실제로 자연분만(질식분만)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지, 유도분만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유도분만이란 스스로 진통이 시작하기 전에 질식분만을 위해 자궁의 수축을 유도하는 것이다. 당연히 유도분만은 임신을 유지하는 것보다 출산하는 것이 산모와 아기에게 득이 될 때 시도하게 될 것이고, 질식분만이 힘든 거꾸로 있는 자세의 아기나 전치태반, 제왕절개를 했던 경우가 금기가 될 것이다.

일반적인 병원에서 유도분만을 권하는 상황으로는 양수가 새는데 진통이 없는 경우, 양수과소증, 배 속에서 아기의 상태가 잘 있다고 장담하기 힘든 경우, 임신 중독증이 생긴 경우, 과숙아(42주)인 경우, 엄마가 고혈압이나 당뇨병들로 인해 출산이 필요한 상황들이다.

예외적으로 미국에서는 병원과 집까지의 거리가 너무 먼 경우와 급속분만의 위험이 있는 경우들도 유도분만에 대해 고려하게 되는데, 한국에서는 대부분 30분 내외의 거리이기 때문에 크게 해당사항이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유도분만의 합병증으로는 무엇보다 우선해서 제왕절개술을 빼 놓을 수 없으며 그 외에도 양수의 감염, 자궁 상처의 파열, 출산 후 자궁무력증에 의한 출혈 등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보고에 의하면 자연분만(질식분만)을 목표로 하는 유도분만은 제왕절개 수술을 높인다고 한다. 특히, 첫아기를 유도분만 하는 경우 제왕절개할 가능성이 2~3배 높은 것으로 돼 있다.

수술과 관련된 요소들이 몇 가지 있는데, 충분히 가진통을 겪지 못하고 자궁경부가 딱딱한 상태이면 유도분만의 성공성이 더 낮아진다고 한다. 아기가 얼마나 내려와 있는지와 아기의 머리 방향도 중요하다. 41주가 된 초산모의 경우, 아기 머리가 골반에 진입해 있지 못하면 진입돼 있는 아기보다 12배나 제왕절개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반면 아기가 3.5kg보다 작았던 경우, 자궁이 부드러워져 있는 경우, 산모의 BMI가 3.0보다 낮아서 과체중이 아니었던 경우가 자연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모든 보고들이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진통이 생긴 경우와 유도분만을 비교하지 않고, 일단 기다렸던 경우와 유도분만을 비교해보면 제왕절개율은 비슷했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반되는 보고들에도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쌓여서 결론이 나는 현대 의학이라면, 현재까지 주요 결과는 유도분만이 첫아기의 제왕절개를 높인다는 것이다.

그 외 합병증으로, 자궁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유도분만을 위해 양수를 터트린 경우는, 당연히 양수의 감염을 증가시킨다.

자궁근종 수술이나 전에 제왕절개술을 받았던 산모들은 진통을 겪을 때 이전 상처가 벌어져 아기와 산모의 건강에 위험이 될 수 있는데, 특히 유도분만을 했던 경우가 더 위험하다.

초기에 무턱대고 양수를 터트리는 병원은 드물 것이고, 제왕절개 받았던 산모가 유도분만을 시도하는 경우도 별로 없기 때문에 이런 합병증보다 실제적으로 산모에게 위험한 것은 유도분만 후의 자궁무력증이다.

출산 후 자궁이 수축해서 출혈이 줄어드는 것인데 자궁무력증이 오면 지혈이 되지 않아 출혈이 많아지게 된다. (출산 후 출혈은 굉장히 다량으로 무서울 수 있다.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흔한 합병증이고, 산부인과에서 응급조치가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유도분만을 하다가 제왕절개를 하게 됐을 때 자궁무력증이 생기면, 자궁적출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유도분만이 흔해지면서 미국에서는 1994년 보다 2007년에 제왕절개술 후 자궁적출술이 15%나 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39주 전에 유도분만을 한 경우는 아기들이 태어나서 초기에 여러 가지 질환들에 더 많이 걸렸다고 한다. 이런 이유들로 미국산부인과 학회에서는 일상적인 유도분만을 자제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쓰다 보니 딱딱한 이야기가 되었는데, 전적으로 산과학 교과서에 나온 최신 연구의 결과들을 자세히 풀은 것이다. 그리고 미국 산부인과 학회는 유도분만을 시행하는 산모들이 당부한 내용이기도 하다. 교과서에 이런 점들만 써 놓은 이유는 그만큼 편의를 위한 유도분만을 쉽게 생각하고 유도분만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제 몇 가지 보충설명을 하자면,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는가?" 에도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산과 교수들은 41주가 돼야 유도분만을 시행하고 있고 필자도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클 때 유도분만을 많이 생각하게 되지만 이 결과도 좀 아이러니하다. 오히려 작은 아기가 유도분만의 성공률이 높고, 큰 아이일수록 유도분만을 하면 수술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클수록 기다려 스스로 진통이 생기는 경우가 최선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유도분만은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반면에 구체적인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주저할 이유는 없는 것이겠다.